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의 공치사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의 공치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2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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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정우택 지사와 임동철 충북대총장이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유치의 공(功)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지난 25일 열린 첨복단지 관련 토론회에서다.

임 총장이 정 지사의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충북대 교수들의 역할을 치켜세우자 정 지사가 직설적이지는 않더라도 임 총장 발언을 고쳐잡으며 서운함을 표했다는 것이다. 첨복단지 유치 문제가 이슈화된 초기에도 두 기관의 껄끄러운 관계가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록 대구와 공동선정이라는 반쪽의 성과로 끝났지만 첨복단지 오송 유치는 충북으로선 아무리 입에 올려도 지나치지 않은 역사적인 쾌거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 지역에선 이에 따른 공적을 놓고 말들이 많다. 대충만 들어보면 이렇다.

관가에선 물론, 공무원들의 살신성인적 노력이 단연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모든 국책사업이 그렇듯 이번 첨복단지 유치는 지자체간 경쟁이 워낙 치열했던 터라 관련 공무원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겨울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실무 책임자를 맡아 고군분투한 것이 계기가 돼 '이종윤(현 청원부군수)'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부각되기도 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역시나 정략적(?)이다. 도내 국회의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은 지역 국회의원과 도당 차원의 '올인'이 있었음을 내세우지만 한나라당의 생각은 다르다. 누가 뭐래도 여당과 정권 차원의 고려가 없었다면 오송유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일각에선 윤진식-전재희 채널을 거론하기도 한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합리적 판단과 충북 출신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현 정권의 핵심라인에 들어 있는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의 소명의식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는 추론이다.

하지만 굳이 오송유치의 1등 공신을 따진다면 시민단체의 거국적인 유치운동을 꼽아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지역발전만을 생각하며 현장을 누빈 이곳 관계자들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충북인들은 지금쯤, "왜 탈락시켰냐"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 나와 종주먹을 휘두를지도 모른다.

모든 일의 결과엔 반드시 원인과 과정이 있다. 첨복단지 같은 국가적 대형프로젝트의 경우 이런 과정과 원인이 어디 한두 가지로 그쳤겠는가. 무수한 얘기와 숱한 변수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를 안다면 이제 와서 공적을 가린다는 발상 자체가 참으로 무의미하다.

원래 일이 잘되면 서로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만 잘못됐을 경우엔 상대를 탓하게 마련이다. 이는 인지상정일 수 있다. 때문에 지금 첨복단지 오송 유치를 놓고 벌이는 서로의 공치사는 이상할 것이 없다. 다만 이런 마당에 진정한 리더라면 과연 어떻게 처신할지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功 )을 자화자찬하는 사람은 멀리 하라고 했다. 조직에서 그런 사람이 넘쳐나면 아부와 임기응변만이 횡행하게 된다. 성공한 리더는 스스로도 그러했지만 부하를 다스릴 때도 이를 금과옥조로 여겨 왔다. 성군(聖君)이 절대로 신하를 편애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공까지 아랫사람에게 돌림으로써 자발적인 추종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는 하루만에도 엄청나게 변하는 기업문화에서 죽은 지 40년이 다 되도록 여전히 참기업인의 상징으로 우뚝 서고 있는 '유일한'의 힘이기도 하다.

내년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자치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들의 공적 내세우기다. 모르긴 몰라도 일부는 자신만의 공적을 만들고 이를 포장하는 데 혈안이 될 것이다. 당연히 첨복단지 오송 유치는 이의 호재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만 즐기지 그 이면은 잘 모른다. 역사를 보면 난세를 평정한 인물이 그것을 기화로 권력이나 다른 것을 도모했을 땐 끝이 안 좋았다. 영웅을 기대했던 우민(愚民)들을 가장 감동시키는 길은 거사가 끝난 후 그들이 버리기 전에 영웅 스스로 자신를 낮추거나 떠나는 것이었다. 그러면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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