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시대
역발상 시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2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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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한 개그맨이 즐겨쓴 "생뚱맞죠"가 유행어가 되면서 이제는 대중용어가 됐다. 공전의 히트를 친 셈이다. 앞뒤가 서로 맞지 아니하고 엉뚱한, 즉 상식을 깨는 발언이나 행동을 했을 경우 어울리는 말이다.

여름에 필요한 에어컨은 여름과 봄이 아닌 겨울에 장만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용품 에어컨을 겨울에도 구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소비자가 아니다. 에어컨 생산자다.

여름에 폭주하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버거운 에어컨 업체가 겨울에도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얻어지는 기업이윤이 막대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생뚱맞았다. 그러나 그 마케팅전략은 주효했다. 겨울에 에어컨을 구입하는 구매패턴이 이제 상식이 된 것을 보면 그렇다.

발상의 전환이다. 역발상인 것이다.

데자부(De ja vu)현상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실제로는 체험한 일이 없는 현재의 상황이나 주변의 환경이 마치 이전에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처럼 '처음 접하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을 갖는 것을 데자부현상이라고 한다.

'역발상의 법칙'을 펴낸 스탠퍼드대 로버트 서튼 교수는 이 '데자부(De ja vu)'를 거꾸로 적어 '부자데(Vu ja de)'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역발상을 강조했다.

로버트 서튼 교수는 '부자데'를 '익숙한 것도 낯설게 느끼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즉, 21세기 치열한 기업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관념이나 상식을 거꾸로, 바꾸어, 거슬러 생각는 역발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역발상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다른 각도의 시도여서 경쟁자가 없고 특별한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일탈심리 충족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실례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와치(Swatch)시계의 경우도 역발상적인 디자인으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보수성·정확성·역사성과 함께 장인정신에 고급품이라는 자존심은 스위스시계가 갖고 있는 엄청난 자산이다. 그렇지만 스와치는 이같은 자산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저가의 플라스틱 전자시계, 화려한 색상, 의상에 맞게 변화하는 제품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화가, 사진작가, 패션전문가, 예술가들을 동원해 해마다 100종류 이상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했고 다양한 색 배합과 독특한 이미지 창출에 역점을 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동종업계 세계를 제패했다.

결국 고급품이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젊은이의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는 역발상으로 세계최고를 이어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전당포에서도 상당한 가치를 인정해주던 톱니바퀴 시계가 전자시계(전당포에서 받지 않음)가 등장하면서 사양산업으로 분류됐던 시계산업을 또다른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북지역 출신이 이끄는 로만손시계가 이에 해당한다.

역발상이 만들어낸 신화다.

이달초만해도 신종플루와 관련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예정돼 있던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는 가운데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도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조직위가 역발상안을 내놓았다. 강도높은 신종플루 예방대책을 통해 공예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겠다는 것이었다. 역발상임에 틀림없다. 남들은 모두 피할 때 정면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후 조직위는 입장권 판매 대상을 학생 위주에서 기업체 등으로 다변화했다. 그 전략이 현재까지는 주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막을 이틀 앞에 두고 있지만 역발상은 벌써 성공했다는 이른 평가를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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