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꾸는 일
역사를 바꾸는 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17 2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세월의 무게와 힘, 그리고 그 크기를 강조한 말인데, 5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일본 새 내각 출범의 의미가 사뭇 진중하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제2차세계대전 직후인 1955년부터 지금껏 자민당이 독주하는 정치 판세가 이어져 왔다.

그런 일본 현대사의 흐름을 의식한 듯 새 총리로 선출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총리에 선출된 순간 일본 역사가 바뀐다는 떨리는 감격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를 바꾸는 일은 오로지 사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일본의 정권교체는 여러 가지로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강산조차도 변하게 할 만큼 세월의 흐름과 그 더께는 묵직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처럼 자연현상만으로도 풍토가 변하는 마당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척되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인위적인 작용마저 더해지는 사이 세월은 사람과 자연 모두를 속도에 지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백년이 넘는 세월을 온전하게 유지하며 철옹성처럼 버텨왔던 자민당 체제를 바꾼 것은 사람의 마음, 즉 유권자의 선택이었으니, 인간의 의지는 그만큼 모질다.

일본의 정권교체를 '역사가 바뀐 것'이라고 규정한 하토야마 신임 총리는 "(일본을) 진정한 국민주권국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징적 존재이기는 하나 엄연히 천황이 존재하는 나라 일본에서의 주권재민에 대한 진리의 재확인은 당연히 엄청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당장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는 한·중·일 동북아 3국간의 과거사 문제, 재일 한국인의 참정권 문제 등이 거론되며 우애(友愛)가 강조되는 새로운 지평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한 기록이다.

재야 역사학자 이덕일은 그의 저서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에서 조선왕조실록에 3천 번 이상 거론된 우암 송시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 주목을 끈 바 있다.

왕보다 신하들의 힘이 강한 나라 조선, 국익보다는 당익이 우선되는 사대부와 당파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역사는 그들만의 나라였을 뿐, 백성을 위한 나라는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린 이덕일의 주장은 그러나 아직 공허하다.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문화콘텐츠의 원형적 요소에 팩션(Faction)이라는 장르가 주목받고 있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합성한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의 장르를 가리킨다.

나는 일본의 정권교체와 새 총리의 선출이 단순히 꾸며낸 이야기(Fiction)에 불과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오히려 54년간의 기나긴 자민당의 굴레에서 고갈될 수도 있는 상상력이 자극되는 미래지향적 동북아시대의 희망으로 안착하기를 바란다.

일본은 10년이면 변하는 강산의 자연적 흐름 속에도 굴하지 않고 50년 이상 지켜본 끝에 도태되지 않는 개혁을 이끌어 냈다.

역사를 만드는 일은, 아니 역사를 바꾸는 일까지도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어서 갸륵하다.

때마침 청주와 청원의 오랜 역사적 해원이 새로운 국면전환을 맞고 있다.

본래부터 하나이던 것이 다시 통합되는 역사적 논의는 사람에 의해 충실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런 일이 대의정치에 맡겨져야 한다는 생각은 희망이다.

역사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경계해 오고 있지 않은가. 자 이제 우리가 큰 꿈을 꿀 차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