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변화를 보는 시각
검찰의 변화를 보는 시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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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김준규 검찰총장의 개혁안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워낙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 지금까지 숱한 얘기들이 만들어졌지만 어쨌든 천성관 총장 후보자의 낙마와 장기간 수뇌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검찰의 자체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조만간 전국검사장회의 등을 거쳐 다듬어질 검찰 개선방안은 결국 대부분 수사분야와 관련돼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내용은 대형비리 사건에 대해 사후 평가를 실시하고 수사편의를 위한 별건(別件) 수사를 금지한다는 것과, 무죄 사건이 많은 검사의 경우 인사고과 반영으로 문책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가장 민감한 아킬레스건인 이들 안이 제대로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김준규 총장 스스로가 최근 각종 재판의 무죄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검찰 수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누누이 강조한 것을 보면 그 의지가 예사롭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검찰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버겁기만 한 일반인들에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무죄 사건이 많은 검사들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준다는 이른바 페널티 제도의 도입 여부다.

이는, 만약 국민들이 검찰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다면 전적으로 무리한 수사에 기인한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아닌 게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충분하게 소명했는데도 막상 공소장엔 얼토당토아니한 혐의가 들어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이런 누명을 벗기느라 생고생했던 사람들은 이런 제도가 과연 어떤 의미를 띠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노무현 수사 등 그동안 논란이 컸던 굵직한 사건들에 의한 학습효과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은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중에서도 사법의 중요성, 그리고 이의 단초를 제공하는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어차피 행정을 대표하는 통치행위와 입법을 대변하는 국회 및 정치는 스스로의 조직과 권력 유지를 위해 언제든지 자의적(恣意的)으로 변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믿을 건 선(善)과 악(惡)을 판가름해 가장 원초적인 휴머니즘의 근간을 곧추세우는 사법권뿐이다.

하지만 사안의 크고 작음을 떠나 수사라는 것이 무슨 방정식처럼 자로 잰 듯이 추구되는 게 아닐 뿐더러,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 사이에서 늘 시험에 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민한다면 이번 검찰 개혁안이라고 해서 완벽한 효험()을 볼 거라고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수사는 생물이라고 했잖은가.

때문에 이런 물리적인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수사에 임하는 검사의 정체성을 위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검사 개개인이 국가 독립체라는 허울좋은 포장이 아닌, 진정 검사가 수사 외적인 요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래서 모든 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검사의 양심과 사명감으로만 이루어지도록 국가적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더 절실하다고 본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뇌물성으로 받은 손목시계를 문제가 되자 논두렁에 버렸다"며 전직 대통령을 시정잡배로 몰아붙인 검찰의 인격살인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 늘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검찰의 고민이 지난 11일에도 우연찮게 드러났다.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던 천정배 의원과 그의 법무부장관 시절 법무실장으로 보필하던 김준규 검찰총장이 그야말로 졸지에 조우할 때다

이 자리에서 천 의원이 공개를 명령한 법원의 판결을 거론하며 수사기록의 즉각 공개를 요구하자 김 총장은 "법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한계가 있다. 용산 참사가 그런 것 아닌가.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그렇다. 수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때문에 '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한계가 검사의 상식과 양심에 따른 것이어야지 그렇지 않다면 검찰의 고충과 고민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의 변화든, 개혁이든 결국 그 관건은 이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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