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와 저널리즘
영화 '해운대'와 저널리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1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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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영화 '해운대'가 1000만 관객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자연이 몰고 오는 재앙을 소재로 하는, 한국영화로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르의 본격적인 첫 시도임에도 흥행성적은 놀랍다. 해저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를 핵심 모티프로 삼고 있는 영화 '해운대'는 여러 가지로 변종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정교하게 만들어낸 거대한 해일과 충격적인 재난의 장면들은 이제 한국영화에서의 능수능란한 CT(Culture Technology) 적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성장의 이면에는 이제 한국영화 역시 CG에 의존하지 않으면 제작 시도조차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면서 새로운 변종으로의 본격화를 예고한다.

이 영화에서 메가폰을 잡은 윤제균 감독 역시 그동안의 영화이력으로만 보면 '해운대'가 변종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윤제균 감독이 그동안 2001년 '두사부일체'(350만명)를 비롯해 2002년 '색즉시공'(420만명) 등 흥행 면에서의 내공은 적지 않았다는 점과 그 작품들이 대부분 코미디물 위주였다는 점이며 결국 영화 '해운대'는 사람마저도 새로운 변종으로 만든 셈이다.

'해운대'의 영화 속 이야기를 하면 이런 변종현상은 보다 적나라해진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영화 '해운대'는 배우가 주인공이라는 설명이 쉽지 않다.

물론 설경구와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 당대의 저력있는 배우들이 각각 열연을 하고 있으나, 이들은 쓰나미를 중심으로 쓰나미와의 상관관계를 설정하는 데 그치고 있다.

가령 인도네시아 해상의 과거 쓰나미에서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그 딸과의 연인으로 승화되나, 하필이면 청혼하는 날과 쓰나미의 재앙이 겹치는 갈등관계에 머물고 만다.

소위 쓰나미라는 엄청난 자연재앙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처지를 그려내는데 익숙한 상황을 묘사는 하고 있으나, 그로 인한 가족의 해체라는 위기의식에 얼마나 치열하고 드라마틱한지는 의문이다.

해양연구소 소속 지질학자 김휘(박중훈 분)와 이혼한 전처 유진(엄정화 분)의 대립구도는 이미 해체된 가족질서가 쓰나미를 계기로 복원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 복원은 충분히 자의적이거나 적극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서성거린다. 게다가 엄청난 재앙을 예고해야 하는 매개자로서의 지질학자는 사뭇 들뜬 목소리로 비장함이 결여돼 있음으로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해운대'는 가족영화다. 재앙 앞에서의 숭고한 희생도 있으며, 끝내 고귀해지는 가족관계로의 화해와 상생이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나는 영화 '해운대'에서 지금의 저널리즘을 본다.

언론, 특히 지방언론에서의 쓰나미는 이미 도처에 널려있다.

소위 활자매체와 오프라인의 한계를 상정하면서 신문의 위기를 서슴없이 거론하는 웹 2.0시대의 한가운데 저널리즘은 있다.

인터넷과 IPTV, 모바일 등 첨단 정보전달의 체계가 신문을 위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웹 2.0의 시대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겠다. 즉,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영화 '해운대'에서의 지질학자 김휘는 재앙의 위협에 대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하며 경고한다.

신문 역시 마찬가지의 소임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다움에 가치기준을 맞춰야 한다.

숨어있는 밝은 세상과 있을 수 있는 부조리와 부도덕을 미리 경계하되, 들뜨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충청타임즈가 어느 새 창간 4주년이란다.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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