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복단지도 역시 힘의 논리였다
첨복단지도 역시 힘의 논리였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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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영일 <본보 사장>
김영일 본보 사장

역시 예상대로 나눠먹기식의 결정이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가 복수 선정됐다. 충북의 오송과 대구경북의 신서혁신도시.

이는 실사평가단이 2개 단으로 구성됐고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신서혁신도시를 현장실사한 평가단이 달랐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동일인들의 눈으로 경쟁지역을 평가해야만 올바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는데 이런 기대조차 어긋났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복수로 결정되어 대한민국에서는 어떠한 경우도 힘(정치)의 논리를 벗어난 결정을 기대키 어렵다는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된 것이다.

2013년 준공예정인 태권도공원을 결정할 때도 당시 집권세력이 밀어붙인 무주가 선정돼 많은 얘기가 오갔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의 모태인 대구경북을 배제치 못하고 끼워맞추기식으로 오송을 복수로 선정한데서 알 수 있다.

지난 2008년 10월 준공된 오송생명과학단지는 1994년 11월 정부가 수립한 '보건의료과학기술 혁신방안'에 따라 충북도가 사업을 추진했다. 1997년 2월에 국가산업단지 지정과 개발승인을 받았고 2001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국책기관의 이전계획이 수립되었으며 2003년 10월 단지조성공사를 착수했다. 2007년 11월에는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비롯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6개 국책기관의 신축공사가 착공된 상태였다.

국가적인 사업으로 기업체, 대학, 연구소, 국책기관이 집적된 생명공학클러스터로 조성하고자 추진한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이후에 정부계획으로 추진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의 후보지가 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줄 알았다.

2038년까지 진행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은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 등이 들어서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기 조성된 단지에 몇가지 기능만 추가하면 되는 사업이라는 판단을 빌리지 않더라도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충북은 10년을 훨씬 넘게 바이오생명산업이 미래를 선도할 산업으로 인식하고 모든 도민이 뜻을 모아 오송단지를 조성하고 바이오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정성을 들였다. 이에 비해 대구경북은 '혁신도시'라는 이름에서 보더라도 한국가스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사업으로 2007년에 시작했다. 충북보다 한참 늦게 사업에 뛰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대구경북이 선정되는 데 충북이 구색맞추기식으로 끼어든 것처럼 돼버린 인상이다.

충북의 지도자들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고 앞서서 추진하여 기반을 이미 마련했고 국가에서도 당시 보건복지부가 앞장서서 추진하던 생명공학클러스터사업과 연계시키면 될 사업인데도 힘(政治力)에서 밀려 복수로 끼어든 듯한 결과를 낳았다. 국책사업이 정치적인 힘 때문에 변질돼 버린 꼴이다.

첨복단지뿐만 아니라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데 늘 정치적인 힘의 논리가 지배해서는 국토의 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지역은 늘 발전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는 영남정권, 호남정권 운운하는 지역색을 타파하는 데 결정적인 한계를 느끼게 한다.

최종입지로 선정된 두 지역은 입지선정을 위한 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이웃지역과 협약을 했다. 대구경북은 광주전남과, 충북은 대전, 충남과 어느 지역이 선정되더라도 서로 협조하기로 약속을 했다. 서로 입지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방책이리라. 복수지역으로 단지를 선정했기에 어떤 기능을 어느 지역에 배치할 것인가 결정을 하는 것이 남아 있다. 이들 협약이 또 정치적인 논리로 역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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