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주고… 패주고…
숨겨주고… 패주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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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이미 공중파 저녁뉴스에 실명이 거론됐으니, 부담없이 실명을 언급한다. 바로 농협중앙회 노조에 대한 얘기다.

이 노조의 전 위원장 등 간부 3명이 사업비를 부풀려 1억2000여만원을 나눠 가진 사실이 있어 3달 전에 구속됐다. 그러나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구속 3달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그리고 농협중앙회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들을 모두 원직에 버젓이 복직시켰다.

지금까지는 웃긴 것이 없다. 오로지 지저분할 뿐. 세상에 하란 일은 하지 않고, 돌보라는 노동자는 안중에 없이 도둑질 하는 어용노조가 왜 이리 많은지 한탄만 하게 할 뿐.

이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있었는지 두 번이나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그런데 언론보도는 분명히 다른 사건과 다르게 보도됐다. 노조의 비리 사건은 대부분 첫머리가 '민주노총 모 노조의 아무개가 이번에는' 이런 식으로 보도된다. 하지만 이번 보도에서는 이 앞부분이 빠져있다. 왜 그랬을까!

사실 농협중앙회 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하게 위의 첫머리를 쓸 수가 없다.

그러나 단지 그래서일까.

전국택시노조연맹 전 부산본부장은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해주는 대가로 2억50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물론 이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고 한국노총 지역본부의 부의장을 겸하고 있던 터였다. 죄질도 매우 안좋다. 말이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해주는 대가라지만, 사실 사납금을 얼마나 더 올려줄까 하는 협상이었다. 즉 돈을 받은 대가로 사납금을 올려준 것이다.

이때도 언론은 그랬다. 그냥 '전국택시노련 부산본부 이모 의장은' 이었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조의 간부나 혹은 조합원이 '도박'을 했다거나, '동료 폭행'을 했다거나, '뇌물'을 받았다거나 하면, 언론은 여지없이 '민주노총'을 기사 앞머리로 꺼낸다.

반면 농협중앙회 노조 사건도 그랬고, 다른 사건도 그렇듯 한국노총 소속의 사건에서는 '한국노총'이란 말은 사라진다.

평소 존재도 알지 못할 정도로 자그마한 노조라도 민주노총 소속의 산별 연맹을 탈퇴하면 언론은 득달같이 '****노조! 민주노총 탈퇴, 민주노총 붕괴되나!' 이렇게 보도한다.

그러나 신규로 민주노총을 가입하는 노조에 대해선 어떤 것도 보도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보수 언론의 의도야 뻔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한국노총에 대한 과보호는 결국, 그 안의 부패에 대한 과보호를 낳는다.

결국 이 과보호가 누구를 쓰러트리게 될지 한 번쯤 생각해 보라. 과보호의 역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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