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기행
외도 기행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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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송문숙 <수필가>

   일상에서 벗어나 가까운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은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즐겁다. 성당 봉사모임회원 열 명은 15인승 승합차에 올랐다. 준비하느라고 힘은 들었지만 차에 오르니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흥겨운 여행에서 노래는 필수다. 합창으로 몇 곡을 부르다가 한 사람씩 지명을 한다.

음치에다가 박치 인 나는 어디로 도망을 가고 싶었지만 내 차례가 돌아왔다. '가고파'를 부르는데 가사도 틀리고 목소리도 이상하였지만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끝냈다. 노래 부르기가 시들해지자 아줌마들의 수다가 빛을 발한다. 세 시간을 달려오니 목적지인 충무의 이정표가 보인다.

날씨는 쾌청하였다. 갑자기 앞에서 "이런 날 외도가면 좋겠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들 대환영이다. 내가 계획한 한산섬 관광은 다음으로 미루고 점심을 통영에서 먹고 거제로 달렸다. 오늘같이 날이 좋으면 배타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사님의 말에 우리는 학동항으로 향했다.

마지막 배인 4시배를 탈 수 있었다. 남해를 달리는 배에서 태고 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바위섬들의 수려한 경치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찍는 사진으로는 아름다운 경치를 담기엔 역부족이라 사진기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외도항에 내리자 우리회원들은 깔끔하게 다듬어진 나무들과 꽃들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쉬운 것은 너무 정형화된 섬 전경이다. 전지를 곱게 한 나무들을 보면서 일본의 정원이 떠오르고, 열대성 나무들을 보면서 식물원을 보는 듯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없어서 아쉽고 남의 집 정원을 거니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거제의 8경중 하나인 지심도를 갔던 생각이 났다. 이십여 년 전에 지심도는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섬이었다. 집도 몇 채 되지 않았던 섬에 전교생이 세 명이었던 학교가 인상 깊었다. 지금쯤 폐교가 되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이 났다.

민박집에서의 추억도 잊혀지지 않는다. 밤새 떠드는 젊은이들 때문에 밤 을 꼬박 새우고 새벽에 좁은 산길을 올라가서 만난 억센 나무들과 우거진 풀숲, 가파른 부두에서 생선을 팔던 아주머니들이 어제 일같이 생생하다. 민박집에서 만난 중년의 남자가 부르던 가곡을 들으면서 가슴 설레던 마흔 중반이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노래 잘 하던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세상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낚시 갔던 남편이 돌아오자 괜히 죄인 같은 마음이 들던 시간들도 지금 생각하면 미소가 어린다. 지심도를 다녀온 지 이십년인데 바로 작년 같은 느낌이다.

외도의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마지막 배 출항 시간이 다가왔다. 명찰에 적힌 배를 찾아 승선하면서 외도를 바라보았다. 밖에서 보는 섬은 남해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게만 보인다. 돌아가는 배는 십여 분 만에 학동부두에 도착하고 선장의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멘트. 각자가 느끼는 감동은 다르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씁쓸함이다. 그곳에는 감동이 없었다. 창밖은 깜깜한데 차는 집을 향하여 달린다. 모두 지쳤는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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