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동물로 낙인 찍힌 평화의 상징
유해동물로 낙인 찍힌 평화의 상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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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배경엔 구약성서가 있다. 창세기편에 '비둘기가 저녁때가 되어 돌아왔는데 부리에 금방 딴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있었다. 그제야 노아는 물이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기록이 그 단서다.

물의 심판으로 온세상이 홍수로 뒤덮였을 때 방주에 타고 있던 노아가 바깥 정황을 살피기 위해 날려보낸 것이 비둘기요 그 비둘기가 마침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줌으로써 노아 일행이 구원받았다는 얘기다. 올리브나무는 평화를 뜻한다. 따라서 구약성서는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이파리를 물어다 준 매개체, 즉 평화의 메신저로 묘사하고 있다.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다. 이곳 추모관 유리창엔 비둘기가 그려져 있고 위령탑엔 올리브 가지와 비둘기 상이 조각돼 있다. 올리브 가지와 비둘기는 평화를 지향하는 유엔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둘기는 인류가 가장 먼저 길들인 조류다. 그만큼 가깝게 지내왔다. 때론 식용으로, 때론 전서구나 경주용, 공연용으로 길러졌으며 의학에선 실험동물로 이용돼 왔다. 전세계 비둘기는 수백종, 그중 품종이 개량돼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종이 집비둘기다. 집비둘기는 거리비둘기(street pigeon)로 불릴 만큼 현대도시의 한 단면을 차지한다.

동서양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흔히 마주치는 것이 비둘기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정원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에 차일 듯 말듯 오가다가 뜬금없이 성모상에 올라 흰똥을 싸던 비둘기 모습은 15년이 지났어도 눈에 선하다.

비둘기하면 생각나는 또 하나의 명소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이다. 그곳엔 집비둘기의 조상격인 양비둘기가 오래전부터 수천마리가 살고 있는데 1950년대엔 이런 일이 있었단다. 당시 베네치아 시당국은 비둘기먹이를 주는 일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보험회사가 대뜸 그 일을 대신하겠다고 제안해 왔다.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여졌고 그 회사는 매번 먹이를 줄 때마다 회사 이니셜 글자를 따라 먹잇감을 뿌려줌으로써 기막힌 광고효과를 얻었다. 아침 9시만 되면 먹이를 먹기 위해 날아든 비둘기떼로 순식간에 회사 이니셜이 광장에 쓰여지는 장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집비둘기가 급기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해서 인터넷에선 목하 찬반양론이 뜨겁다. 반대측은 피해를 준다고 유해동물로 지정,구제하려는 것은 무엇이든 해가 되면 죽인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목청을 높이는 반면, 찬성측은 집비둘기를 살찐 닭둘기,돼지둘기 혹은 미운 바퀴둘기로 폄하하며 피해를 입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란다. 동영상 사이트엔 20여년전의 서울올림픽 개막식이 덩달아 도마위에 올랐다. 성화 점화때 비둘기 몇 마리가 갑자기 타오른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타죽는 장면이 돌연 유포되면서 외국인들로부터 평화를 태워버린 한국인이니 한국인은 야만인이라는 등의 잔말을 듣고 있다.

개정된 야생동식물 보호법 시행규칙엔 '분변 및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 부식 등의 재산상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를 유해동물로 정하고 있다. 즉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개체(군)만 유해동물이다. 모든 집비둘기가 구제대상은 아니란 뜻이다.

동법 31조엔 포획 외에 다른 피해억제방법이 없을때 포획할 수 있으며 포획시에도 생명의 존엄성을 해하지 않도록 명기돼 있다. 피해를 끼친다고 무조건 잡으면 안된다는 의미다. 이 점 명심해 포획허가와 후속조치를 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린 스스로 야만인이 되고 만다. 그들을 갈 곳 없는 천덕꾸러기로 만든 게 우리들이란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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