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라
대형유통업체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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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재국 <충북도의회 의원>
   대형마트와 영세소매상들과의 싸움이 청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형마트의 24시간 영업,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 Market)의 골목길 진출을 두고 영세소매상, 전통재래시장 상인, 그리고 25개 시민단체와 기관으로 구성된 충북민생경제살리기운동은 홈플러스 불매운동과 중소상인살리기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지역 대형마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마트는 매출액과 점포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문을 닫는 자영업자수는 수십만에 이르러 재래시장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2000년 이후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10조5000억원에서 30조7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재래시장 매출액은 2005년 32조7000억원에서 25조9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이 감소하였으며, 매년 폐업하는 영세자영업자 수는 1995년 33만명에서 2007년 85만명으로 급증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형유통업체는 24시간 영업과 SSM의 골목길 진출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목줄을 더욱 죄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내세워 거대 기업이 막강한 자본력과 우월한 판매전략을 바탕으로 이윤과 상권을 독점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형유통업체의 지역상권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위협, 그리고 지역경제의 초토화가 결국은 지역의 분노를 일으켰으며 대형유통업체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게 된 것이다.

현재 충청북도 내에는 8개의 대형 마트와 34개소의 기업형 슈퍼마켓이 운영되고 있으나 지역에 미치는 영향 중 긍정적인 영향은 단 하나도 없다.

한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 청주지역 대형마트 4곳의 주요 식품과 생필품 가운데 '충북산'은 26%에 불과했으며, 대형마트 1개가 들어설 때마다 315명의 고용이 늘어난 대신 1000명 이상의 재래시장 상인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한 대형마트의 영향으로 재래시장 매출은 평균 4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동네 구멍가게와 아무런 제한없이 경쟁하겠다는 것은 체급이 다른 선수끼리 경기하는 것과 같이 시장경제의 최소한의 규칙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태이다.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의 무분별한 출점이 지역경제 생태계를 무자비하게 파괴한다는 상식을 절대 모른 체해서는 안된다.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의 목적은 대형유통업체를 몰아내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상인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대형유통업체는 지역의 상품을 적극 구매하여 지역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역의 상권이 죽으면 대형유통업체도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대형유통업체로 인한 지역상권의 초토화는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청주시의 대형유통업체도 전주시처럼 '지역 상품 매입'과 '주민 고용' 등을 골자로 하는 지역상권 상생 협약을 체결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위기에서 서비스업에 속하는 대형마트의 폐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소리없이 되돌아온다는 점을 각성하고, 대형유통업체가 지역상권과의 상생의 길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불매운동' 등을 통해 시민들이 대형유통업체를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대형마트에 대한 시민들의 건전한 압력과 규제를 보여줌으로써 대형마트가 지역상권과의 상생의 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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