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개혁에서 배워야 할 것들
美금융개혁에서 배워야 할 것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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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창규 <경제칼럼니스트>
   지난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대개혁안을 내놨다. 이번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체계 전반에 걸쳐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수술을 단행하려는 것이다.

이번 개혁 방안은 무엇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은행뿐 아니라 증권거래, 헤지 및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 보다 넓은 영역에 걸쳐 새로운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전반적으로 규제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 금융개혁 방향을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과 그 경제팀은 그동안 느슨해진 규제가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규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금융개혁에서 규제의 강도는 예전보다 강해졌고 그 범위도 훨씬 넓어졌다. 자본이나 레버리지 규칙은 엄격해지고, 파생상품 거래의 투명성, 소비자 금융의 규제 및 감독은 강화되며, 전통적인 금융기관뿐 아니라 GE처럼 상당한 금융 비즈니스를 보유한 기업도 감독의 범위에 포함되고 있다.

이번 개혁 방안의 핵심은 금융시장 전체를 위협하는 이른바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조망하면서 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감독권한을 갖도록 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금융기관은 원칙적으로 모두 FRB 감독 아래로 들어가게 된다. 재무부가 부실 금융사를 인수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금융보호청(CFPA)이라는 별도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주목된다. 금융회사들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위험한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해 과도한 위험을 안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은행들이 대출을 증권화해 매각함으로써 모든 신용위험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한 것이나, 헤지펀드를 비롯한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던 금융회사들을 보다 철저히 감독하려는 것도 중요한 정책변화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금융개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금융시장의 규모나 규제수준 측면에서 미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금융환경의 변화와 복잡성에 맞춰 감독업무의 공백을 없애는 조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개혁정신과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발빠르게 개혁안을 내놓는 추진력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우리 금융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각자 부처이기주의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법 개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들 부처가 금융개혁 추진에서도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청와대는 부처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조율해 늦기 전에 최선의 개혁방안을 내도록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 최적의 감독시스템은 무엇이고 그러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대국적인 차원에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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