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천에 청계천을 덧칠하지 마라
용두천에 청계천을 덧칠하지 마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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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김진우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사회적 갈등은 물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청계천 복원사업이 고작 몇 년 지나자 서울시민들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예상치 못하게 급격히 늘어나는 유지·관리 비용 탓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애초 상상을 했던 물고기와 사람이 어우러지는 하천의 꿈은커녕 어떠한 포장을 하더라도 결국은 하나의 인공구조물에 지나지 않았다는 한계가 하나둘씩 확인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청계천 복원사업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청계천으로부터 운하가 시작되고 곧이어 전국마다 청계천식 복원사업이 확대될 것이라는 많은 학자와 시민단체들의 우려들이 우울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드디어 정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20개 복개하천을 선정하고, 청계천식 복원사업을 위해 지역으로는 상상치 못할 금액을 지원하겠다는 청계천+20 사업구상에 1987년 복개됐던 우리 지역의 용두천이 선정됐다. 바야흐로 그동안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갇힌 용두천이 다시 청계천 자식으로 화려한 부활이 예고된 것이다.

1987년 용두천의 복개 당시를 생각해보면 당시 이 하천에 도심의 온갖 오·폐수와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하천으로의 생태적 가치나 기본적인 기능들이 상실되었고 이로 인한 도심미관의 문제라든지, 중심상권으로 교통접근성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있었기에 복개하면서 이런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어두는 효과는 있었지만 결국 하천의 중요성을 고려치 못한 한계가 있었기에 복개하천 복원이라는 것이 일정부분 의의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내용대로 복원을 단지 "걷어내어 화장을 시킨다"라는 것이라면 그것이 복원의 본질적인 의미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포장되는 온갖 기대치들 말도 안 되는 생태하천 운운은 둘째 치고 토목공사로 인한 일시적 경제유발 효과가 결국 중앙정부의 예산을 어떻게 나누는가라면 복원의 의미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업에 버려진 하천을 지역자원으로 재발견한다는 식의 복원 정당성이나 도심중간에 물고기가 뛰노는 하천식의 생태라벨을 붙이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설득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단지 이해관계를 감추기 위한 자기기만일 것이다. 이런 솔직한 바탕에서 우리 지역에서도 감당해야 하는 수많은 갈등 속에서 어려운 시기에 튼튼해야 할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의 다음 세대가 지금 이 사업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두려워하는 것이 이 논의의 첫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우려 속에서 한 건 성과에 목매는 담당부서부터 지역의 토목건설업체들 그리고 피해를 받는 상인들 등 온갖 이해관계 속에서 그동안 냄새가 난다고 손가락질하다 기어이 지하실에 가두어 놓고 이제 다시 화려한 화장으로 치장하고 서로 차지하고 싶어 하는 온갖 욕망이 그저 가여울 뿐이다. 용두천 너만 죄가 없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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