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에 왕도는 없나
영어공부에 왕도는 없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6.16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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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금란<교육문화부차장>
   영어를 잘하는데는 진짜 왕도가 없을까. 시대가 변해도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모양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청회를 열고 초등학교 3~6학년의 영어수업을 현재보다 1~2시간씩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초등 3~4학년은 주당 1시간(연간 34시간), 5~6학년은 주당 2시간(연간 68시간)으로 유지돼 왔다. 빠르면 2010년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생각은 한 번 보는 얼굴보다 두 세번 보는 얼굴이 친숙하게 느껴지듯 학생들이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영어에 대한 실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추진되는 정책이겠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에 비례해 실력이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은 갖기 어렵다.

영어는 언어이고 암기과목이 아님에도 평가를 위한 영어는 암기과목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영어 재미있냐'라는 말보다는 '영어 몇점 맞았냐'로 자녀의 영어실력을 평가하는 대목만 봐도 그렇다.

며칠 전 시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감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시골이다 보니 학생들의 등교가 정해진 시간보다 빨라 수업 전까지 직접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했다.

영어동요도 알려 주고 영어로 일기도 쓰게 하고 있지만 완벽한 구사능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영어 단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찾도록 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이 선생님은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영어에 낯설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게 영어를 가까이하는 비결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영어교육강화 정책이 단시간에 효과를 내야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면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건망증식 교육보다는 낯설지 않은 환경 조성에 대한 장기적 정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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