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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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 영 희 <수필가>
   '돈이 말하면 진실은 침묵한다', '돈은 최선의 종이자 최악의 주인이다' 등 돈은 그 위력만큼이나 속담도 많고 사연도 많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이야깃거리가 된 적도 드물지 싶다. 전직 대통령 및 그 패밀리가 검찰에 소환되어 600만 불의 사나이가 다시 등장하는가 하면, 오르는 등록금을 대책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대학생은 삭발을 하면서 부당함을 호소한다. 목불인견이다. 또 다른 돈(豚) 돼지 인플루엔자는 괜스레 돼지라는 이름으로 불려서 금겹살을 X겹살로 떨어뜨리며 양돈 농가를 옥죄더니, 급기야는 신종 인플루엔자A로 개명을 당하고 말았다. 이래저래 개도 안 물어간다는 돈이 문제다.

옥황상제가 착한 일을 한 사오정에게 그 돈을 포함한 상품을 줄 요량으로 문제를 냈다고 한다. "돈, 여자, 결혼 중 원하는 한 가지를 부상으로 주겠으니 선택하라" 고 하니 요즘 사오정은 보통사람보다 더 똑똑한지 한번에 "돈 여자랑 결혼할래요." 라고 해서 옥황상제가 포복절도를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의 대가가 돈이다' 어려서부터 산교육을 시키고 돈을 열심히 벌어서 좋은데 쓰라며 나눔을 가르친 선진국은 어떻게 발전해 왔고, 돈을 천시한 유교 500년 동안 조선은 어떻게 변했나를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경제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이 나온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공자를 시조로 하는 유교는 중국의 대표적 사상인데 정작 중국에서는 내놓고 '부자되세요' 라는 뜻의 '공희발재(恭喜發財)'로 인사를 하고, 장사를 하는 집에 그런 족자를 걸기도 하는데, 이를 받아들인 조선의 돈은 왜 천시를 당했는지.

돈에 대한 정의는 사회나 문화에 따라 이렇게 다르지만 사는 것 자체가 재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니 돈의 필요성은 누구나 절감한다. '악의 근원은 돈이 아니라 돈에 대한 인간의 애착이다.'라고 베이컨은 말했지만, 이 애착을 끊고 평생을 모은 귀중한 화폐 74개국 245점과 민화 및 지도, 화석, 공예품 등 총 430여점의 소장품을 기증한 훌륭한 분이 있다. 1, 2대 증평문화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애국지사 연병호 선생 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는 송기민 선생인데, 관람을 위한 교육 자료로 쓰고 잘 보관되기를 바라는 기증자의 뜻을 받아드려 충청북도교육과학연구원에 송기민전시관이 개관되었다.

화폐 등 모든 소장품을 전시하고 가끔 발생하는 위조지폐를 분별하는 방법과 세계의 화폐를 컴퓨터로 조회해 볼 수 있게 기획전시를 했다. "필요한 돈이 아니면 절대로 쓰지 않는다"는 절약정신을 포함한 13덕목을 실천하고 미국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벤자민플랭클린이 미국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볼 수 있다.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마라톤 우승을 기념해서 제작한 손기정 청동투구도 전시되어 있고 사막의 소금결정체인 장미화석과 나이테가 그대로 선명하게 남아 있는 나무화석 등도 눈길을 붙든다.

5월이 오면 아이들 어렸을 때가 생각난다. 주중에는 많은 시간을 같이 할 수 없다 보니 공휴일에 거창한 계획으로 장밋빛 출발을 하곤 했다. 용인 에버랜드 등 장거리에 파김치가 된 채 돌아오면서 가정의 달의 여러 기념일 청사진을 그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은 이제 커서 우리들과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다.

먼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세계경제가 어려운 때이니만치 화폐를 보면서 경제교육을 시키고, 나누면 행복해진다는 나눔의 미학도 체득할 수 있는 가까운 이곳의 볼거리도 좋지 않을까 싶다.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날들이 줄지어 서서 시간과 돈을 할애하라던 그때는 가슴속에 꿈이 솟아난 희망의 날들이었는데, 이제는 누가 꿈이 무어냐고 묻지 않는다.

'돈이 제갈량이다.'고 한 속담의 의미를 생각해보던 그 시절이 다시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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