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어디까지…
환율하락 어디까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1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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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창규<경제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원·달러 환율은 거의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내 경기회복을 기대한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6거래일 연속 이어지면서 주가와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으며 무역수지 흑자 행진도 환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47.00원에 거래를 마쳐 작년 10월 15일의 1239.50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이 이렇게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데는 주가 강세와 외화유동성 개선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도 코스피 지수가 1410선을 넘어서면서 원화 강세를 견인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순매수를 보임에 따라 달러화 공급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국제 금융 시장이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성공 등으로 외화 유동성이 개선된 점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사상 최고치인 60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 또한 원화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문제는 환율 하락이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이냐이다. 환율 하락은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수출기업들에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수요악화에도 고환율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만 아직 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이 급락하다 보니 걱정이 태산이다. 환율하락 속도도 문제다. 고환율 때문에 누린 달콤한 시간이 너무 짧았을뿐 아니라 환율 하락에 대비할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 수출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감소하고 무역수지도 매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큰 폭의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원화가격의 급락 덕분이었다. 올해 1분기 일부 대기업들이 어닝서프라이즈라 할 만큼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도 고환율 영향이 컸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환율 하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세계경제 회복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고, 생필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떨어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원화값이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수출과 기업 실적에 미칠 파장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시장이 어두워지고 수출 채산성 악화로 기업실적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품질이나 성능은 선진국에 밀리고 가격은 중국에 밀려 이른바 '역(逆) 샌드위치론'이 순식간에 무색해질 수 있다. 거시경제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이 63.5%나 되는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나 정부는 고환율의 달콤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 대신 환율 하락의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체력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환율은 늘 변하게 마련이다. 좋을때는 언젠가는 사라지고 고통의 시간이 부메랑처럼 찾아온다는 것은 환율의 변동성이 가져다주는 반복적인 패턴이다. 환율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만큼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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