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패거리
이상한 패거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0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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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이영창 <수필가>
이영창 <수필가>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은 성경이다. 그것은 아마 영원할 것이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는 때때로 변한다. 어떤 것이 있을까. 예술적 성공 즉 심미적 가치 기준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팔린 부수에 의한 상업적 성공에 대하여, 청빈과 지성으로만 가득한 척 부정하지만, 많이 팔렸다는 것은 질적 면에도 우수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 어느 때이던가 시집 하나가 불티나게 팔렸다. 젊은이라면 누구라도 그 시집을 선호했고 나이 든 사람들도 그 시집 갖기를 원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란 어느 시점에서 뚝 그치고 만다. 다음 베스트셀러로 독자의 감각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 즈음 또 다른 시집하나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서더니 사상 최고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도 내려가지 않았다. 제3책이 나오고 책 사랑을 넘어 작가 사랑으로까지 변했다. 그의 시집을 무조건적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자, 어디서 인간미라곤 말라 붙은 패거리들이 나서서, 현재 베스트셀러 무너뜨리기 작전에 들어갔다. '그는 삼류작가다. 삼류작가가 삼류독자를 만들었다.'고 외쳤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독자들은 어느 책이고 자유로이 읽을 권리가 있다. 독자가 좋아서 읽은 책을 비하선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 논리는 1급이고 남의 논리는 3급이란 말인가 아무도 나서 방어해 주지 못했다.

표준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말을 표준어로 사용하지 않는가. 아무리 자기네는 3류라 해도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읽지 않던가.

처음 누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과연 작가는 삼류였을까 대중의 사랑을 받고 주목을 받는 지성인들이여! 가슴에 손을 대고 진실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이제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 나는 아쉽고 안타까워 이 글을 쓴다. 한 언어를 탄생시켰고 언제 읽어도 마음에 와 닿는 시이다. 어떤 작품을 위해 그럴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시를 쓰며 가슴앓이 하던 작가였다. 너무 무례했던 것 아닐까. 그는 지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이었고 낮은 데로 내려선 사람이었다. 대학가로부터 메마른 삶의 현장까지, 독자들의 마음에 정서를 가져다 준 작가였다.

기다림은 /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 좋다 / 가슴이 아프면 / 아픈 채로 / 바람이 불면 /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 아득한 미소…/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 살아 있다

그는 말의 요술사가 아니다. 시로서 심중에 맴도는 이야기를 토해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해 보면 패거리 문화가 좋은 점이 많지만, 이런 패거리는 진실을 짓밟은 것이 아니랴. 가슴이 아프다. 시인은 눈꽃처럼 하얗게 가슴 식히며, 그의 작품과도 같이 홀로 서며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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