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위기를 즐긴다
리더는 위기를 즐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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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97년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구제금융신청 이른바 IMF 사태를 계기로 부쩍 성장한 학문이 있다. 리더십 분야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의 리더십은 주로 학계의 원론적 접근으로만 다루어지다가 국가 파산이라는 큰 위기를 거치면서 아주 현실적인 개념으로 변화된 것이다.

하루 아침에 거대 기업이 무너지고 멀쩡하던 가장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선 연구소 내에서의 논리적 리더십이 아닌, 실체적 사실로 확인되는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나 조직을 흔들림없이 이끌었던 이들이 크게 조명됐고, 특히 난관을 극복한 기업의 성공한 CEO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CEO에 대한 개념을 논리적으로 정착시킨 결정적 계기는 IMF 사태다.

또 다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많아지고 있다. 세계적 금융파동이 점차 서민들의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조직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입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굳이 '리더는 위기에서 빛난다'는 통설을 꺼내지 않더라도 지금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나 조직일 수록 리더에 거는 기대감은 더욱 절박하다.

기회는 위기의 탈을 쓰고 찾아 온다고 했다. 이는 위기가 없으면 기회도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사실 기업이든 조직이든 위기는 되레 호재가 될 수 있다. 직원과 구성원들에게 긴장의 끈을 조이게 하고 체질개선을 위한 시금석을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한 삼성 이건희의 경영전략도 실은 위기의 경영기법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그는 내둥 가만히 있다가도 뭔가 심상치 않은 위기를 느끼면 이를 공개적으로 밝혀 그룹의 결속을 다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위기에선 과거의 리더십으론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날에는 날 따르라(follow me!)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공동체의식의 함께 가자(let's go!)가 정답이다. 주종 관계의 수직적 리더십은 구성원들에게 공감이나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런 리더십은 반드시 단명한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이나 힘있는 기관의 책임자들이 막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다가도 임기가 끝나거나 자리를 떠날 즈음이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세기 리더십은 위기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통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위기를 구성원들에게 체화시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함은 물론 이의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과 방향까지도 제시해야 한다.

얼마전 우리나라 최고 CEO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서두칠 전 대우전자 부사장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2004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영향력 있는 글로벌 경영자 25인'에 선정된 인물이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탁월한 이론과 설득력으로 무장한 리더보다는 직원들에게 감성을 촉발시키는 리더가 성공한다고.

전체 구성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고 격려, 계발시키며 권한까지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의 리더는 관리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얘기를 이끌어 가는 스토리 텔러라고 규정했다. 그가 말하려는 요지는 결국 구성원들의 감동과 신바람이다. 이것이 그가 가는 곳마다 만성 적자회사를 흑자 회사로 탈바꿈시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비결인 것이다.

그렇다.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은 가장 인간적인 소통과 교감, 그리고 이를 통한 구성원들의 철저한 활용에 있다. 나는 이를 흔한 속설로 이해하고 싶다. C급 리더는 자신을, B급 리더는 남의 몸을, A급 리더는 남의 머리를 사용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끝내 수도권을 풀었다. 이것도 결연한 리더십으로 비쳐지지만 글쎄다. 선뜻 감동이나 감흥이 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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