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와 재경청원군민회
이전투구와 재경청원군민회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8.10.31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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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 종 극 편집부국장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조선시대 팔도(八道) 사람들에 대한 평가에서 유래됐다. 문헌을 보면 태조는 즉위 초 정도전에게 팔도 사람을 평해보라고 했다. 명을 받은 정도전은 팔도 사람들에 대한 특징을 4자평(四字評)했다.

경기도 사람은 '거울에 비친 미인과 같다'는 경중미인(鏡中美人), 충청도 사람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 같은 품성'을 뜻하는 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 사람들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가는 버드나무와 같다'는 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 사람은 '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가 특징이라는 송죽대절(松竹大節)이라고 평했다.

정도전은 이어 강원도 사람은 '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와 같은 품성을 지녔다'고 해 암하노불(岩下老佛), 황해도 사람은 '봄 물결에 돌을 던진 것과 같다'는 뜻의 춘파투석(春波投石), 평안도 사람은 '산 속에 사는 사나운 호랑이와 같다'는 산림맹호(山林猛虎)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함경도 사람을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악착같다'고 해서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평했다. 함경도 출신인 태조가 듣기에 거북했던 모양이다. 문헌에는 이 평을 들은 태조의 안색이 굳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눈치 빠른 정도전이 함경도 사람들은 '돌밭을 가는 소와 같은 우직한 품성도 지니고 있다'는 석전경우(石田耕牛)라고도 평함으로써 태조의 기분을 누그려뜨렸다고 한다.

함경도 사람의 악착스러운 성격을 특징짓는 말로 사용되었던 이전투구는 오늘날에 와서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볼썽사납게 다투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쓰인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최근 충북지역 한 군민회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그렇게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경청원군민회가 그 단체다. 지난 24일 정기총회를 열어 이병도씨를 회장으로 유임키로 했다던 청원군민회는 이어 29일에도 정기총회를 열고 조흥연씨를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하나인 재경청원군민회가 몇일 상간으로 두번의 정기총회를 열고 두명의 회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지붕 아래서 두집 살림을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느집단이 적통인가를 놓고 이전투구를 할 것은 불문가지다. 큰 집인 충북협회가 내홍을 지리멸렬하게 이어가더니 작은 집 중 하나인 청원군민회가 웃지못할 짓거리를 하고 있다.

무엇 때문인가. 단 한가지다. 한두명, 아니 양보해서 몇명이라고 하자. 그 몇명의 명예욕에서 비롯된 이전투구 때문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큰 집인 충북협회는 무엇을 했는가. 청원군은 또 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는가. 청원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나서 거중조정할 수는 없었는가. 아쉽기만 하다.

항변할 수 있다. 청원 출신 재경인들의 친목모임일 뿐인데 충북협회가 나서고, 청원군이 관여하고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설일이냐고. 경북과 전라도를 비롯한 전국의 크고 작은 재경모임들이 단순한 친목에서 벗어나 고향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재경청원군민회의 두집 살림은 곧바로 청원군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성공한 출향인사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데 군민회가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충북협회는 물론이고 청원군이나 지역 국회의원이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청원군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당사자들은 함경도의 이전투구에서 충청도의 청풍명월로 돌아와야 한다. 이들을 둘러싼 주변의 관련 기관과 단체도 이들이 진흙탕속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방관자적인 태도를 버려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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