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헌장
충북문화헌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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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2008 문화의 달' 행사는, 이 행사를 지방에서 하기 시작한 이래 여섯 번째로 청주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2시간 동안 진행된 개막식에서 대중적 관심은 단연 '욘사마 배용준'에게 집중됐습니다. 훈장을 받기 위해 청주에 온 배용준을 보기 위해 일본인 팬 수백명이 청주예술의 전당 2층을 차지하고 앉아서 배용준이 비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바람에 장내가 시끌벅적했던 것이지요.

다 좋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다 그러려니 하면 그만인 것이지만, 그래도 청주에서 벌어진 문화의 달 행사가 그것 뿐이랴!는 고까운 생각에 한마디 해 보려는 것입니다.

지난주에 '줄땡기기' 얘기를 했지만 정작 말하고 싶은 대목은 '충북문화헌장'을 제정 공포한 사실입니다. 이번 행사에 국외자로서 먼저 말을 꺼내기가 뭣해서 누군가가 먼저 얘기해 주길 바랐지만 이상하게도 언론의 관심은 별로였습니다. 왜, 그럴까. 지역에서 문화헌장을 제정한 사례가 별로 없는 줄 아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헌장이라는 것이 하나의 나아갈 바 지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민선자치시대인 오늘날에는 좀 덜하지만, 필자가 직장생활을 할 적만 하더라도 흔히 타 지역에서 온 기업인이나 관리자 또는 기관·단체장 등으로부터 "이 동네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신속히 대응하고 변화한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거나 "회의할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돌아가서는 딴 얘기를 한다"며 불평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찌하여 그런 말을 듣는 것일까, 여기저기 물어도 보고 이것저것 자료도 찾아보고 했지만 명쾌한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근자에야 충북학연구소도 있고,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해서 지역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아져서 나름대로 연구 성과도 나오고 있지만, 그 당시는 그런 분야에 대한 관심 자체가 부족하던 때였습니다.

흔히 조선팔도를 평할 때 충청도를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 하고,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충청도 사람들은 온후 순박하다거나 의뭉스럽다고도 했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현대에 와서 타지 사람들이 느끼는 것, 즉 변화에 느리다거나 뒷말을 한다는 지적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는 것은 아니었지요. 다만, 우리 고장의 지리적 환경이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이해되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 '삼국시대 융합 소통의 중심지'라거나 팔도의 문물을 접하는 결절지역이라는 특성으로 미루어 볼 때, 느리다는 것과는 달리 '신중'한 성격이 형성됐을 것이고, 개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중용과 합리의 '보편성'이라는 문화적, 기질적 특성이 형성됐다는 것이지요. 뒷말을 하는 폐해는 아마도 체면치레 양반문화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이번에 제정된 충북문화헌장은 이러한 충북의 지리적·역사적 배경과 이로 인한 문화적 특성을 잘 집어내어 나타내었고, 이를 토대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였다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옛날처럼 몇몇의 전문가나 행정가가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공포하는 것이 아니라 도내 전역에서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몇 번이고 고치고 또 고치기를 마다하지 않은 결과이니, 제정과정도 본받을 만하지 않습니까. 문화헌장뿐만 아니라 도민모두의 관심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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