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문백전선 이상있다
322.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1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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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37>
글 리징 이 상 훈

"정말 금화를 두개나 더 주신다는 거요"?

"에엥 아니 그럼 원금과 이자에다 금화 두 개까지 합쳐서 모두 열네 개를 주신다는 거요"

뚱뚱한 사내는 갑자기 두 귀가 솔깃해 지는지 새우눈 같이 답답하게 작은 두 실눈을 동전만큼 번쩍 크게 뜨며 장산에게 다급히 물어왔다.

"그렇소이다."

"에이, 설마 농담이시겠지."

뚱뚱한 사내는 다시 실눈을 가느다랗게 뜨고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말했다.

"어허! 비싼 밥 먹고 할 짓이 없어서 이런 농담을 하는 줄 아나 난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외다. 자, 우선 원금과 이자부터 말끔히 청산해 드릴 터이니 금화 두 개를 더 받을 것인지 안 받을 것인지 그것만 말해보시오."

장산은 이렇게 말하며 갖고 있던 금화 주머니에서 12개를 꺼내어 뚱뚱한 사내 앞으로 획 집어던졌다. 뚱뚱한 사내는 기겁을 하며 바닥에 떨어진 금화들을 허둥지둥 주워들더니 그중 한 개를 입 안에 집어넣고 살짝 깨물어 보았다. 그것이 분명 순금(純金)임을 확인하고 난 뚱뚱한 사내는 밖을 향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보게들! 어서 냉큼 들어와 보게나."

뚱뚱한 사내가 이렇게 외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의 동료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들어 왔고, 이에 덩달아 장산의 부하들도 쫓아 들어왔다.

"장산 나리께서 구석진 곳에 싸놓은 내 오줌 자국을 보시고는 내가 내 혀로 말끔히 핥아서 청소만 한다면 요런 금화를 두 개나 주신다고 하는구나. 대체 이걸 어쩐다지"

뚱뚱한 사내의 말에 모두들 흠칫 놀랐다. 그러나 그러한 제안이 결코 빈 말이 아닌 사실인 것을 알고는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나리께서 그렇게 하시길 원하신다면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그럼요. 장산 나리께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거절하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요, 다소 쪽이 팔리는 일이긴 하다만, 한 번의 쪽팔림으로 비싼 금화 두 개를 얻는다면 그거 해볼 만한 일이 아닙니까"

"아니, 뭐 꼭 돈 문제를 떠나가지고, 실례를 하신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 그렇게라도 하셔서 장산님의 체면을 살려드리고 조금이나마 노여움을 풀어드리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모두다 장산의 제안에 따르라며 뚱뚱한 사내를 부추겼다.

"하하. 나 이거 참.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만 내가 오늘 별일을 다해보게 되는 구만. 저어, 장산 나리! 이런 말씀 드리기가 상당히 뭣한 감이 좀 있긴 한데. 제가 혀로 저걸 다 핥고 나면 금화 2개는 틀림없이 제게 주시는 거죠"

뚱뚱한 사내가 간사한 미소를 머금으며 장산에게 물었다.

"어허! 자네 이 나이 먹도록 늘 속고만 살아왔소 자, 어서 하려면 빨리 하시오."

"좋습니다. 으음. 그럼."

뚱뚱한 사내는 마침내 결심을 굳힌 듯 숨을 크게 한 번 몰아내 쉬고 나더니 벽을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고는 혀를 잠시 날름거리더니 아까 자기가 실례해놓은 오줌 자국들을 말끔히 싹싹 핥아대기 시작했다. 물론 뚱뚱한 사내는 그것을 혀로 핥는 도중 내내 두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온통 우거지상을 짓고 있었다.

'자식! 불쌍한 사람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놈이라서 그런지 요런 더러운 걸 잘도 빨아 쳐먹는 구만. 이제 두고봐라!'

장산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모종의 결심을 굳히는 듯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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