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문백전선 이상있다
321.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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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36>
글 리징 이 상 훈

"매성 대신과는 호형호제 하며 지내는 사이라오"

"이놈아! 내 마누라는 글자를 모르는 문맹(文盲)이다. 어찌 그런 여자와 계약을 했느냐"

"어허! 문맹이건 아니건 쌍방이 서로 믿고 계약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어쨌든 나는 약정한 돈만 받아 가면 되는 사람이니 어서 빨리 주시오! 자, 어서!"

뚱뚱한 사내는 이렇게 말하며 장산 앞으로 손바닥을 쓰윽 내밀었다. 바로 이때, 그의 시종으로 보이는 어느 사내가 뛰어 들어와 장산에게 들어보라는 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오늘 저녁에 매성 대신 댁에서 벌이기로 한 술자리는 어떻게 할깝쇼"

"어허! 자네가 척 보면 모르겠나 난 지금 할 일이 무지 많은 사람이야. 후딱 달려가서 다음 기회로 미뤘으면 한다고 매성 대신님께 말씀드리게나."

"알았습니다."

사내는 이렇게 말하고 공손히 물러갔다. 장산은 그들이 주고받은 대화를 듣고 짐짓 놀라는 체하며 이렇게 다시 물었다.

"혹시, 매성 대신과 개인적으로 잘 아시거나 친한 편이시오"

"아, 그 분이랑 내가 친하다 뿐이겠소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난 그분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지내는 사이라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이런 돈놀이 하는 사람들 치고서 든든한 뒷배를 갖지 못한 자가 어디 있겠소이까. 아이쿠! 이거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이 부분은 그냥 못 들은 척 해주시오. 흠흠흠."

뚱뚱한 사내는 하고자하는 말은 말끔히 토해내듯 죄다 하고나서 자기 딴엔 말실수를 한 것처럼 흉물을 떨었다.

"매성 대신님과 그토록 친분이 두터우신 분이라니. 아이구, 제가 미처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매성 대신님을 봐서라도 원시는 대로 제가 다 해드리리다. 열두 개라고 하셨지요"

장산이 갑자기 돌변을 한 듯 뚱뚱한 사내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으응 그, 그럼 지금 제게 금화를 주시겠다고"

사내는 자기가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은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귀를 갖다 댔다.

"그렇소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매성 대신님을 잘 아시는 분이라는데 제가 드려야할 것은 얼른 드려야지요."

장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까 대정의 옷 보따리에서 꺼냈던 금화들을 그에게 살짝 내보였다. 그러자 뚱뚱한 사내의 두 눈이 종지만큼이나 번쩍 크게 떠졌고 이에 정확히 비례하여 그의 입도 크게 벌어졌다.

"그런데, 내가 이걸 당장 돌려드린다면 어쩐지 내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만 같소이다. 보시다시피 지금 방 안이 너무 더럽지 않소"

장산이 꺼내든 금화들을 가볍게 위로 툭툭 던졌다가 다시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 제가 당장 사람을 불러 깨끗하게 청소를 해드리겠습니다."

"어허! 이건 어디까지나 당신이 시작한 일이니 당신이 알아서 깨끗이 처리해 주시오."

"아, 예예.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걸레로."

"걸레 걸레라니 당신 몸에서 빠져나온 걸 어찌 더러운 걸레로 닦아낼 궁리를 하오"

"그, 그럼 어 어떻게"

"자네 혀를 쏙 내밀어가지고 자네 오줌으로 더럽혀진 저 곳을 말끔하게 핥아나가도록 하시오. 그러면 이번 일로 인해 잠시 울적해져 있던 우리 부부의 기분이 다만 얼마라도 풀어질 게 아니요 자네가 이렇게만 해준다면 우리 아내가 빌려온 원금과 이자 외에 금화 2개를 내가 더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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