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 문백전선 이상있다
316.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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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31>
글 리징 이 상 훈

"대체 어느 누가 왕비인 나를 감히 죽이려 한답니까"

"왕비님! 참으로 불행 중 다행이옵니다. 왕비님의 후덕(厚德)함을 잘 아는 이 자가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충성(忠誠)을 다한 탓에 왕비님의 옥체(玉體)가 무사하셨으니 이건 필시 우리 병천국을 돌보는 하늘의 도우심이요 따라서 천운(天運) 중의 천운이라 해야할 것이옵니다

장산이 몹시 감격하는 표정을 지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네에 방금 하신 그 말씀, 대체 뭔 뜻인지요"

수신 왕비는 방금 장산이 한 말에 자기로서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는지 두 눈썹을 예쁘게 찡긋거리며 다시 물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이 자의 참된 충성심과 하늘의 도움으로 왕비님께서 지금 이렇게 무사하실 수가 있었다는 말씀입지요."

장산이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며 대답했다.

"글쎄요. 제가 하늘의 도움으로 살아났다는 것은 확실히 맞는 말 같은데, 그러나 이 자의 충성심 덕분에 제가 살아났다는 말씀에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네요"

수신 왕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왕비님!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이 자가 없었던들 어찌 왕비님께서 그 위험한 순간에 남자 옷으로 갈아입으셨겠습니까"

"장산님께서는 믿기가 어렵겠지만, 그러나 이 자는 저에게 죽일 듯이 칼을 바짝 들이대며 협박했었던 아주 위험한 인물이었어요. 제가 옷을 모두 벗고 자기가 벗어놓은 남자 옷으로 대신 갈아입지 않으면 제 살 껍질을 통째로 그냥 벗겨버리겠다며 겁을 주는 등등."

"왕비님! 이 모든 것이 다 왕비님의 안전을 위해서 이자가 어쩔 수 없이 취한 행동임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왕비님! 만약 이 자가 왕비님께 칼을 들이대가며 위협하지 않았던들 왕비님께서 창피스럽게 남자 옷으로 갈아 입으셨겠습니까"

"어머! 가만히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그러니까 결국 이 자는 저를 대신하여 일부러 죽었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런데 대체 어느 누가 왕비인 저를 감히 죽이려고 한답니까"

"그건 바라박을 추종하는 자들의 소행으로 추측되옵니다. 왕비님께서는 과거 어머님을 비참한 죽음으로 몰고 갔던 바라박이란 자를 궁 안으로 불러들여 크게 혼을 내주신 적이 있으셨지요 아니 참! 그냥 간단히 혼을 내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어버리셨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건 맞는 말이예요. 그때 장산님께서는 순대를 만들고자 돼지 창자를 끄집어내는 것처럼 살아있는 바라박의 배를 칼로 째내어 생창자를 통째로 꺼내가지고 저의 부모님 산소 봉분 둘레에 칭칭 감아 둘러놓으셨지요 저는 지금도 그때 그 일을 생각하기만 하면 답답한 가슴이 확 뚫리는 것처럼 아주 시원한 기분이 들곤 해요. 아, 참! 그렇다면 죽은 바라박과 알고 지내던 자들이 그 때 그 일에 앙심을 품고 왕비인 저에게 복수를 하고자 지금 이런 끔찍한 일을 행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죽은 바라박을 추종하는 자들이 왕비님을 몰래 해코지하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던 중 마침 왕비님께서 이곳에 나타나신다는 걸 알고 가마꾼들로 몰래 변장해서 아까 산 아래 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죽은 이 자(대정)는 그런 기미를 어렴풋이 눈치 채고 나름대로 왕비님의 귀한 목숨을 구해보고자 산 위로 올라오는 즉시 왕비님을 위협하여 억지로 옷을 서로 바꿔치기해서 입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웬만큼 병천국을 사랑하고 왕 내외분께 충성을 다하고자 하는 진실 된 마음이 없고서는 도저히 용기조차 낼 수가 없는 거룩한 충성심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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