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문백전선 이상있다
315.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0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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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30>
글 리징 이 상 훈

"왕비님,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어머머!"

수신 왕비가 더 놀랄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화살이 곧장 날아와 대정의 뒷덜미에 깊숙이 꽂혔고, 그 화살촉은 그의 목젖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대정은 두 눈을 부릅뜨고 뭔가 말을 해보려는 듯 안간힘을 썼지만 그러나 명(命)이 다했는지 고개를 떨어뜨렸다.

수신 왕비는 너무 놀라 죽은 대정의 몸 아래에 납작하게 깔린 채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쳐라! 단 한 놈도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장산은 부하들과 함께 산위로 올라가며 닥치는 대로 가마꾼들을 칼로 쳐 베었다. 이들 중에는 바라박과 전혀 상관이 없이 함께 따라 올라온 자들도 있겠지만 그러나 지금 장산은 그따위 사소한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윽고 산 정상에 다다른 장산은 가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산소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 이때 그를 향해 화살 한 대가 쌩하고 날아왔다. 장산은 손에 든 칼로 날아오는 화살을 내리쳐서 가볍게 두 동강 내버렸다. 그리고는 거의 반사적으로 장산은 자기 허리춤에서 단도 한 개를 빼내어 방금 화살이 날아왔던 곳으로 휙 집어 던졌다.

"어어억!"

바로 맞은 편, 커다란 소나무 가지 위에 몸을 숨긴 채 활과 화살을 들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사내 하나가 장산이 던진 단도에 제대로 맞았는지 비명을 내지르며 아래로 뚝 떨어졌다. 이 사내는 아까 대정과 함께 수신 왕비를 모시고 올라갔던 가마꾼들 중 하나였고, 곧이어 달려온 장산의 부하들에 의해 쉽게 제압당했다.

"왕비님! 왕비님!"

장산은 울부짖으며 산소 쪽으로 급히 달려가려다가 갑자기 뭘 보고 놀랐는지 딱 멈춰 섰다.

조그만 말뚝 한 개를 비스듬히 박아놓은 양 등에 창이 푹 꽂혀 있고 목 뒷덜미에는 화살이 박힌 채 아주 처참한 몰골로 엎어져 있는 사람 - 바로 수신 왕비가 아닌가

'아뿔싸! 이거 큰일 났구나!'

장산은 허둥지둥 다가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죽은 자의 얼굴을 잡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으으응 아, 아니. 이 이건."

얼굴을 살펴보던 장산은 수신 왕비가 아닌 친구 대정임을 알고는 크게 놀랐다.

"왕비님! 왕비님! 어디에 계십니까"

장산은 황급히 일어나 고개를 휘휘 돌려보며 몹시 당황한 목소리로 외쳐 불렀다.

"장산! 저 여기 있어요."

바로 그 옆에 있던 풀 더미가 들썩거리더니 남자 옷을 입은 수신왕비가 잔뜩 겁에 질린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나왔다.

"왕비님!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장산은 수신 왕비의 옷을 입은 채로 비참하게 죽어 자빠져있는 대정과 방금 풀 더미 속에서 남자 옷차림으로 나온 수신왕비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제가 사실을 그대로 말씀드리자면 너무 길어지고, 또 들어본댔자 너무 기가 막힌 일인지라 납득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그러나 보다시피 저는 지금 이렇게 생생히 살아있답니다."

수신 왕비는 여전히 겁에 질린 목소리로 덜덜 떨면서 그러나 나름대로 품위를 보이고자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장산은 죽은 대정과 수신 왕비가 옷을 서로 바꿔 입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경험으로 보아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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