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에티켓
등산 에티켓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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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량의 산&삶 이야기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지난주 칼럼을 본 친구로부터 '친구여 건강한 글 잘 보았네.' 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대학동창으로부터 온 것이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통화버튼을 눌렀다.

바쁘게 사는 친구들이어서 서로 얼굴한번 보기 힘든데 칼럼을 읽고 그저 잘들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안부메시지를 보내게 됐다는 친구의 말과 함께 건강한 글이라는 칭찬의 통화를 직접하고 나니 쑥스러움이 들었다. 등산이 건강을 지켜주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는 등산찬양의 글이 친구에게 공감이 갔던 모양이다.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하늘 높은 가을이 와서 이젠 제법 등산하기에 좋은 계절이라 생각된다. 지난 주말에는 대학 동창들과 관악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 친구들이 관악산 입구에서 10시에 만나 등산하고, 등산이 어려운 친구는 오후 1시에 산 아래 식당에서 합류하자고 했다. 그런데 '缶' 자 붙은 관악산의 바위산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데 뒤늦게 도착한 필자는 산 입구에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친구들과 만나게 됐다. 우리 팀 외에도 수많은 등산인파가 무리지어 내려왔다. 그만큼 등산이 도시민에게 보편화됐음을 말해주었다.

조금 올라가다보면 만나게 되리라 생각했기에 평상복 차림으로 입구를 올라갔는데 이런 모습의 필자를 보고는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나대로 내려오는 사람들의 꼴불견 모습을 보면서 등산학교라도 만들어서 등산예절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번째 이유는 등산객의 안전의식 부재 때문이다. 그중 스틱의 사용이 가장 큰 문제였다. 끝이 뾰족한 스틱이, 사용하는 당사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잘못 사용되면 주변의 타인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등산인파가 줄줄이 이어져 내려오는 산에서는 매우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뒷사람이 바짝 붙어서 내려올 수밖에 없이 인파들이 많을 경우 스틱의 사용은 가급적 뒤로 채지 말 것이며, 크게 휘젓지 말아야 하는데 마치 헤엄치듯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 위협적임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모임이 끝나고 귀가시 만원 지하철에 탔을 때 스틱의 위험성은 더욱 심각했다. 스틱의 끝이 배낭 위로 향하도록 꽂혀진 등산객이 나를 위협했다. 나는 키가 큰 탓에 앞사람의 배낭 옆에 있는 스틱의 끝이 내 얼굴로 향하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쏠리는 지하철 안에서 손잡이도 없이 허공에 서있는 나를 위협하는 스틱을 손으로 막으면서 "스틱 끝을 배낭 아래로 향하도록 꽂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었지만 나보다 나이도 많았고 많은 인파 속에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뒷통수에 대고 얘기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기에 참고 말았다.

두번째 이유는 그렇게 사람이 많은 산에서 가래침을 함부로 뱉고, 코를 횡∼ 하고 허공에 풀어대는 사람 때문이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깨끗한 에너지를 만끽하고자 오른 산인데 산의 공기를 더럽히는 사람 때문에 기분도 망가지고 산도 망치게 된다. 다함께 공유해야 할 산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행태는 아무 죄의식이나 체면의식이 없이 행해졌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세번째 이유는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을 데리고 오는 사람 때문이다. 사람이 많다 보면 별별 사람이 다 있겠지만 많은 인파 속에서 강아지가 함께 뛰면 인파가 개판이 되게 된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리 예쁘게 단장한 개라 할지라도 혐오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더구나 어릴때 개에게 물린 유아체험이 있는 사람은 두려움에 소릴 지르게 되니 그야말로 개판이 될 수밖에 없다.

한가로이 시골산을 오를 때와는 달리 서울 관악산에서 새로운 국면을 보고나니 여러 가지 꼴불견이 발견됐고 '등산도 배워야 잘 탄다'는 생각이 들어 등산 에티켓을 다시 한 번 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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