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2)
생활의 발견(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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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강 대 헌 교사

생활의 여러 현장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 생활감정의 추를 쾌(快)에 놓고 살아가는 생활의 발견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하고 싶다.

언젠가 문예 관련 단체 사무실을 방문해서 마침 자리에 없는 근무자를 기다리다가 벽에 걸린 판화가 눈에 들어온 적이 있다. 한 일자(一) 모양의 문양이 가로와 세로방향으로 나열되어 줄무늬 형태를 이루었는데, 그중에 색깔을 달리한 곳에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판화의 아랫부분에는 "웃는 얼굴로 서로 의지하면 좋은 인연 아름다운 세상"이란 작가의 말이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도 부드러운 웃음으로 해체할 수 있다는 생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스포츠 관련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다언삭궁(多言數窮)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한 처지에 빠진다는 노자(老子)의 말로서 언어생활의 절제를 강조한 생활의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혀는 쉬지 않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고 했다.

오랜만에 비지장을 먹고 싶어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기다리다가, 이런 붓글씨를 대한 적이 있다. "사람이 배우지 않음은 재주 없이 하늘에 올라가려고 하는 것과 같고 배워서 지혜가 원대하면 길조의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며 높은 산에 올라가서 온 천하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장자(莊子)의 말로서 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인 혜안(慧眼)의 필요성을 비유적으로 녹여낸 생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번은 제대로 된 청국장이 먹고 싶어 어디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식당 한 편에 있던 '지렁이는 땅속이 갑갑하지 않다'는 말이 퍼뜩 눈에 띄었다. 아주 감각적으로 그 말이 포함된 전체의 내용을 단번에 훑어보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자기중심의 잣대로 판단하므로 생기는 것입니다. 개구리는 연못이 운동장이고, 올빼미는 밤이 낮이고, 지렁이는 땅속이 갑갑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릴 때 닫혔던 문도 열리고, 함께 사는 길도 열립니다." 장용철 시인의 말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훈을 맛있게 소화시킨 생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엔진오일을 교환하기 위해서 카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그 집은 부부가 하나 되어 고객에게 몸에 밴 친절로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 속마음으로 단골로 정해 놓았었는데, 작업 장소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누군가가 화이트보드에 써놓은 '당신멋져'라는 제목의 사행시를 보았다. 사행시의 속내는 다음과 같았다. 당당하게 살자! 신나게 살자! 멋지게 살자! 져주면서 살자! 찌든 기름기를 향긋한 비누거품으로 닦아내는 것과 같은 상큼한 생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한비야씨가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구호단체의 소식지를 보다가,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나의 문제가 실타래 풀리듯이 넘어간 적이 있다. "우리 '지도 밖 행군단'에서 말하는 지도는 단지 지구상의 세계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인종에 대한 편견, 다른 성격과 배경에 대한 편견, 자신을 가두어둔 자신의 한계에 대한 규정도 깨고 나가야 할 '지도'입니다."

그 단체의 세계시민학교를 기획했다는 옹호사업팀장의 말을 통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 '지도 밖'의 뜻이 더욱 명확해지는 생활의 발견을 경험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2002)'의 주인공이었던 경수의 비수 같은 말을 음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맙시다" 경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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