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사회적 책임
나눔은 사회적 책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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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문 정 훈 <어린이재단 청주사회복지관장>

추석이 지났는데도 조금은 더웠던 어느날 시내 음식점에 약속이 있어 들렀다. 그 음식점의 한 벽면 액자에 '和氣自來君子宅(화기자래군자댁) 春光先到吉人家(춘광선도길인가)'라고 적힌 입춘방을 보고 나는 그 집 주인장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글귀는 '화애로운 기운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요, 봄빛이 먼저 오니 길인의 집이로다'라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의 군자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성실히 함으로써 자연의 순리대로 집안이 평안해지길 기원했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다를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누구나가 가지고 가야 할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에 있지 않을까. 나눔은 형태, 규모, 사회적 영향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눔에 대한 본질적 측면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얻은 소중한 유·무형의 자산들이다.

이런 소중한 것들을 나눔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에 다시 일부를 돌려주는 것은 우리들의 숭고한 책임이며 역할일 것이다.

최근 조사된 통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나눔에 참여하게 되는 욕구로서 첫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판매증진, 제품의 홍보, 마케팅을 통한 수익의 창출 둘째, 기업내 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의 참여를 통해 단결력과 조직력의 강화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 되는 사회 전반적 상황에서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 등의 성과를 얻고자 하는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개인은 보람이나 동정심, 사회적 책임의식, 스스로의 자존감, 사회적 관계망 형성 등의 이유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보람과 사회적 책임의식에 따른 나눔 참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추석을 전후해 나눔 실천의 기사들이 앞을 다투어 매체에 보도되는 모습을 보고 평소 즐겁게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 단체들의 모습도 다시 볼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러나 대부분 나눔의 형태들이 전시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 장학금, 지역발전기금에 편중돼 기부되는 현상에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더욱이 알만한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조차 지역발전기금으로 몇 천만원 이상의 기금을 내놓지만 사회복지분야에는 일부 뜻있는 사람들이 쌀이나 성금을 기탁해 줘 가뭄에 단비가 내린 듯했다.

내가 근무하는 어린이재단(옛 한국복지재단)도 국내 및 국외의 어린이 보호 및 구호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회복지기관이기에 전문 모금인력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나 또한 나눔을 함께할 기업이나 개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때 보통 두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첫째는 '이것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다'는 사람과 둘째 '이런 것도 해야 하느냐'라고 되묻는 사람이다.

몇 글자 차이가 없는데도 참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큼 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나누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성실히 함으로써 자연의 순리대로 집안이 평안해지길 바랐던 우리의 조상들처럼 우리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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