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가 몰고 온 희우(喜雨) 타는 농심 달랬다
청개구리가 몰고 온 희우(喜雨) 타는 농심 달랬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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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말 가운데 관천망기(觀天望氣)란 게 있다. 하늘을 보고 날씨를 내다보는 것을 일컫는다. 아침 하늘에 무지개나 노을이 생기면 비가 오고 햇무리와 달무리, 새털구름이 생기거나 마파람이 불어도 머지않아 비가 올 징조로 내다봤다. 반면 저녁 하늘에 무지개 또는 노을이 생기거나 하늬바람이 불면 곧 날씨가 좋아질 것으로 여겼다.

하늘만 바라본 게 아니다. 동물들의 행태를 관찰해 날씨를 점치고 그에 대비하는 지혜가 있었다. 대표적인 동물이 청개구리다. 즉, 주변에 청개구리가 나타나 울어제키면 영락없이 비가 온다고 믿었는데 그것도 막연히 비가 온다고 믿은 게 아니라 '하루 한나절 안으로 비가 온다'고 믿었으니 꽤나 구체적이다.

뿐만 아니다. 청개구리가 아닌 여느 개구리가 처마밑으로 기어들고 길바닥의 개미가 줄을 지어 이동하거나 제비와 잠자리가 낮게 날아다녀도, 또 물고기가 물 위로 주둥이를 내밀고 뻐끔거려도 비가 올 징조로 보고 서둘러 비설거지를 했다. 자연을 바라보고 날씨를 예측한 것이니 '관연망기(觀然望氣)'인 셈이다.

이 관연망기가 때론 놀라울 만큼의 정확도를 보일 경우가 있다. 그만큼 잘 맞는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의 일이다. 금요일인 19일 아침 일찍 약속이 있어 괴산군 칠성면의 한 어부 집에 들러 대문을 들어서려는데 마당 한 편의 감나무에서 갑자기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둘 다 손을 내밀며 인사를 막 하려던 참이어서 우선 짧게 인사말을 주고 받고는 습관처럼 "비가 오려나 봅니다"고 했더니 그 어부 역시 같은 말을 건넨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양 거의 동시에 같은 말이 나오자 서로 신기한 듯 눈길이 마주쳤는데 그 어부 한 술 더 떠서 "청개구리가 우는 걸 보니 30시간 안에 비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예측은 그 이튿날 확인됐다. 영락없이 비가 내린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그 어부의 관연망기 대로 30시간 안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옛 어른들이 말하던 '하루 한나절'을 구체적인 시간개념으로 바꿔 '30시간 안에' 비가 올 것 같다고 예측한 것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으니 이 어찌 놀랍지 않은가.

그러나 아이러니한 건 그날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어김없이(?) 빗나갔다. 20일 오전 8시 발표 괴산 등 충북지역 일기예보는 "강수확률이 오전 20% 오후 60%로 밤부터 비가 올 것"으로 내다봤는데 엉뚱하게도 이른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그러니 예보를 믿고 주말 나들이에 나섰던 사람들만 비범벅이 됐다.

어쨌거나 이번 비는 누가 뭐래도 타들어가던 들녘과 산야에는 꿀같은 단비였다. 비록 완전한 해갈은 안됐지만 연일 땡볕에 나가 채소밭에 물 주던 농부들에겐 한없이 고마운 희우(喜雨)요 택우(澤雨)였다.

이번 비를 더없이 반가워한 사람들은 보은, 괴산, 단양, 제천 등 송이 산출지역 농민들이다. 한낮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는 늦더위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송이철인데도 송이가 나지 않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던 그들이었는데 늦게나마 낮기온도 누그러뜨리고 땅까지 적셔줄 비가 내렸으니 이 보다 더한 감우(甘雨)가 어디 있겠는가.

비록 시기 적절한 적우(適雨)는 아니었지만 모처럼만에 내린 비를 약비(藥雨)요 복비(福雨)라며 연신 고마워하는 그들이다. 그렇기에 아무쪼록 이번 비로 모든 작물이 풍작되고 버섯 생산량도 늘어나서 더욱 더 얼굴이 펴지길 기대한다. 한가지 더 바란다면 주말께부터 더위가 수그러들어 예년 기온을 되찾겠다는 기상청 전망이 이번엔 정말 맞아떨어지길 기대한다.

거미가 줄을 치지 않으면 비가 온다는데 또 비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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