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문백전선 이상있다
294.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0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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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09>
글 리징 이 상 훈

"어르신, 연춘과 함께 도망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서리는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교천의 표정이 변하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얼른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교천! 목천 장수님의 명령에 따라 어느 누구도 자네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니 자네가 원하는대로 가게나. 그러나 목천 장수님이 베푸셨던 고마운 은혜를 자네는 절대로 잊지 말게나. 목천 장수님 역시 당신과 똑같이 닮은 자네를 자나깨나 항상 잊지 않으실 테니까말이야."

"감 감사하옵니다. 저를 살려주신 그 은혜를 제가 잊을리 있겠습니까 제가 살아있는 동안엔 반드시 뼈를 갈아서라도 보답해 드릴 것이옵니다. 그, 그런데. 어르신! 저로서는 영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하나 있는뎁쇼"

교천이 갑자기 굳은 얼굴을 하며 서리에게 물었다.

"뭘 말인가 혹시, 목천 장수님이 교천 자네와 똑같이 닮았다고 한 내 말 때문인가"

"그, 그렇사옵니다."

"허허. 그건 말일세. 음음."

서리는 잠시 기침을 해대며 적당히 둘러댈 궁리를 해보았다. 사실 교천이 서리가 방금 한 말에 대해 이러한 의문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도 모른다. 목천의 얼굴형은 길쭉한 것이 말상(馬相)에 가까운 반면, 교천의 얼굴은 둥글넓적한 떡판 형이니 이건 어느 누가 보더라도 서로 닮았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웠다. 그러나 서리는 능청스럽게 다시 말했다.

"허허. 여보게! 본디 귀한 것은 단순히 겉모습만 가지고서 판단하는 게 아니야. 목천 장수님은 선천적으로 귀한 골상(骨相)을 타고 나셨고 교천 자네 역시 귀한 골상을 가지고 태여났어. 귀한 골상을 가졌다는 건 즉 남들이 우러러보는 잘 생긴 얼굴을 가졌다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그러니 자네는 돌아가는 즉시 부모님께 물어보게나. 자네가 남들보다 귀한 골상을 지녔는지 아니면 별볼일 없이 천한 골상을 지녔는가를."

서리가 자기 생긴 모습을 자기 부모님께 직접 물어보라는 말에 일말의 의심을 품고 있던 교천의 표정이 또다시 환히 밝아졌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서리가 지금 한 말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세상에, 자기를 낳아준 부모한테 가서 자기가 '귀한 골상'을 지니고 태어났는지를 물어보면 그게 아니라고 경망스럽게 대답해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자, 어서 떠나게.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저, 그런데 어르신! 제가 한 가지 부탁을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교천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말인가"

"지금 감옥에 갇혀있는 연춘과 함께 제가 도망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뭐라고 아, 그 그건 좀 곤란한데"

서리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르신! 제발 제 사정을 봐주십시오. 부탁하옵니다. 이 못난 저 때문에 자기 신세를 완전히 망쳐버리다 시피한 여자를 제가 어찌 그냥 놔둔 채 혼자서 달아날 수 있겠사옵니까"

교천은 이렇게 말하며 정중한 태도를 갖춰 서리 앞에 두 무릎을 꿇었다. 지금 그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로 보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과 행동 같았다.

"으음. 좋아! 자네가 정 원한다면. 원래 이렇게 해서는 안되지만 자네의 진실된 사랑 정신에 감동을 받아 내가 특별히 허락해주는 것이라네."

서리는 자기 딴엔 큰 선심이라도 써주는 것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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