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 문백전선 이상있다
293.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0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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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08>
글 리징 이 상 훈

"교천, 목천 장수님께서 자네를 풀어주라고 하셨네"

서리는 이렇게 말하고 목천과 헤어진 다음, 자기 심복 부하들을 데리고 흑성산 산적 두목의 아들 교천이 갇혀있는 감방을 찾아갔다. 무리하게 도망을 치려다가 붙잡혀 다시 끌려온 탓인지 교천은 온몸이 쇠사슬로 꽁꽁 묶여있었다. 원래 야생마처럼 산속을 이리저리 맘껏 뛰어다니며 제 멋대로 지내던 교천은 지금 자기 몸이 요런 무용지물(無用之物) 상태가 되고나니 기(氣)가 완전히 꺾인 듯 두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얌전히 앉아있었다.

"교천! 자네를 몰래 풀어주라는 목천 장수님의 지시를 받고 내가 이렇게 찾아왔다네."

서리가 바짝 다가와 이런 귓속말을 해주자 교천은 감았던 두 눈을 번쩍 크게 떴다. 서리는 부하들을 시켜 그의 몸에 얼기설기 감겨있는 쇠사슬을 몽땅 제거해 주었다.

"아 아니. 도대체 나에게 뭔 짓을 저지르려고 이러시는 겁니까"

교천은 퍽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서리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아직도 자기가 쇠사슬에서 풀려났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듯 교천은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하! 아마도 자네 부모님의 갸륵한 기도가 통한 모양일세. 자네가 여기서 요 모양 요 꼴이 되고 난 후 자네 부모님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푸짐한 제상(祭床)을 차려가지고 흑성산 맨 꼭대기에서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정성껏 기도를 올리신다지 않나"

서리가 빙긋 미소를 머금으며 교천에게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십시오. 저를 끌어다가 당장 목을 쳐 버린다고 해도 이곳 병천국 법을 어긴 이상 저는 별로 할 말이 없사옵니다. 그러나 원컨대 연춘 처녀는 제발 살려주십시오. 솔직히 말해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해가 될 만큼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단지 외간 남자인 저를 만나 마음이 통하고 몸이 서로 통하여 처녀답지 않게 두 다리를 잠시 벌려준 죄 밖에 없사옵니다."

이렇게 말하는 교천의 두 눈엔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으음. 자네가 이토록 사실을 듣기 원하니 내 솔직히 말해줌세. 목천 장수님께서는 아무래도 꿈속에서 교천 자네를 살려서 돌려보내주라는 천지신명(天地神明)의 지엄하신 계시를 받은 것만 같으이."

서리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에 그, 그게 무슨"

"본디, 영웅호걸(英雄豪傑)이란 자기와 똑같은 영웅호걸을 알아보고 천재(天才)는 자기랑 비슷한 천재를 알아보는 법일세. 그러니 천하 호걸중인 호걸인 목천 장수님께서 자신과 엇비슷한 자네를 못 알아보실 리 있겠나"

"아, 아니. 그 그럼."

"교천 자네가 이곳에 끌려왔을 때부터 목천 장수님께서는 크나큰 고민 속에 빠지셨다네. 자기 자신과 거의 친형제와도 같아 보이는 자네가 곤란한 지경에 처했음을 대번에 눈치 채셨으니 그 얼마나 속마음이 아프셨겠나 게다가 자네의 무사귀환(無事歸還)을 위해 자네 부모님께서 매일 지극정성을 다하여 천지신명께 정성껏 기도를 하시니 천지신명께서 감동을 안하실리 없겠지. 그래서 천지신명께서는 밤마다 목천 장수님의 꿈속에 나타나시어 자네 교천을 온전하게 살려 보내라는 명령을 내리셨던 거야. 그러니 목천 장수님께서는 어쩔 수 없이 천지신명의 귀한 명을 받들어 이렇게 자네를 풀어주는 것이라네."

서리는 이렇게 말을 하며 교천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리의 말을 듣고 몹시 감명을 받은 듯 그의 얼굴 위에는 밝은 홍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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