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문백전선 이상있다
291.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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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06>
글 리징 이 상 훈

"우리가 잡았던 흑성산의 교천을 풀어주는게 어떻소"

"서리 형님의 말씀대로 제가 행한 일일진대 제가 어찌 후회를 하겠습니까"

목천이 여전히 덤덤한 표정과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소. 감정 나는 대로 일을 행하려다간 더욱더 큰 수렁에 빠져들기 십상이지. 만약 염치가 타고왔던 그 마차를 불태워 버리지 않았더라면 매성과 평기는 목천 자네를 제거해 버리고자 별별 꿍꿍이수작을 다 부릴 걸세. 그런데 목천! 염치가 아까 자네 부인과 수신 왕비님에 대해 함부로 지껄여 댔던 악다구니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가"

서리가 목천을 빠끔히 올려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 것에 대해 저는 아예 신경조차도 쓰지 않사옵니다."

"맞았소. 곧 죽게 될 자의 입에서 나오는 악다구니는 본디 신용할 수가 없는 법이요. 게다가 염치는 조금 전에 떠나가면서 내게 부탁하기를 아까 그건 순전히 악의에 찬 거짓말을 했을 뿐이니 부디 목천 장수께서는 신경 쓰지 마시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였소."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는 아까 염치가 했던 말이 제발 사실이었으면 하옵니다."

목천이 웬일인지 여유로운 미소를 입가에 살짝 머금으며 대답했다.

"으흥 아니, 그게 무슨"

서리가 놀라운 듯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떴다.

"서리 형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제 처는 저에게 너무나 고귀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존재이옵니다. 출신 가문이나 배운 학식이며 재산, 용모 등등 어느 것 하나 저와 견줄 바가 못 될 정도로 높고 또 높지요. 하지만 아내에게 그런 숨겨진 사실이 있다면 모든 면에서 항상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저에게 얼마나 크나큰 위안이 되는 일이옵니까 설령 우리 큰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닌 염치의 자식이라 하더라도 지극히 별 볼일 없던 제 운명을 이토록 환하게 바꿔준 아내가 낳은 자식이기에 저는 평생 친자식처럼 여기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진실된 마음이자 영원히 변치 않을 결심이옵니다."

"어허! 역시! 아산온인의 사람 보는 안목(眼目)은 실로 놀랍소! 이토록 장부 다운 사내를 사위로 맞이하였다니."

서리는 크게 감탄한 듯 고개를 잠시 끄덕거리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굽은 허리를 똑바로 펴고 근엄한 목소리를 내어 이렇게 다시 말했다.

"그런데 아산온인께서는 우리가 이곳 병천국으로 떠나려 할 때에 나를 불러 넌지시 이런 말씀을 하셨소. 온양과 탕정까지는 모르되 만약 염치까지 병천국을 떠나거나 모함을 받아 죽는다면 지체 말고 목천과 함께 병천국을 떠나버려라! 고. 그런데 이제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할 때가 되지 않았소"

서리의 말에 목천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다. 서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다시 이었다.

"그러니 우리들은 이제부터 살아날 궁리를 해야만 하지 않겠소 내 짧은 소견으로는 우리가 일전에 사로잡았던 흑성산의 교천을 연춘과 함께 풀어주는 것이 어떨까하오."

"하, 하지만. 교천 그놈 하나를 사로잡기 위해 우리 병졸들이 수없이 많이 희생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를 풀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병천국의 국경이 매우 소란스러워질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그가 복수를 한답시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우리를 찾아올는지도 모릅니다.

목천이 여느 때와는 달리 정색을 하며 서리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네와 내가 병천국에 몸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들이 떠나간 다음에야 이 병천국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말든 뭔 상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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