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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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교의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 <전 언론인>

이번 편지에는 올림픽 이야기 좀 해야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올림픽 사상 최다 금메달을 따고 선진국들과 순위 다툼을 하며 7위에 오른 스포츠 강국이 됐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했습니다.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애들이라고 불리는 20대 젊은이들이 일을 낸 것이지요.

아시아에선 불가능하다는 수영에서 박태환이, 맞설상대가 없는 장미란의 괴력이, 전승을 하며 드라마 같은 경기를 엮어낸 야구, 아직 개구쟁이의 티를 못벗은 듯한 배드민턴의 이용대는 코트를 펄펄 날며 승부를 가르더니 한 방의 윙크로 세상을 뿅가게 했습니다. 자신보다 두 배나 커보이는 상대들을 차례로 둘러메친 최민호, 그리고 영화 '우생순' 보다도 더 감동적인 핸드볼의 아줌마 파워, 허를 찌르는 뒤차기로 4개의 금메달을 몰아온 태권도, 조금은 아쉬웠지만 주몽의 후예다운 신궁으로 불리는 양궁 등 우리는 이들이 있어 한동안 즐거웠습니다.

반면에 혼신의 힘을 다해 기량을 겨뤘으나 등수에 들지 못한 보듬어 줘야 할 우리의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분발하도록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겠습니다. 우리 또한 이들이 있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먼 타국에서 민족의 우수하고 뛰어난 기량을 알리려 분전을 하는 동안 정치권의 어르신네들은 무엇을 했나요. 다들 아시다시피 싸움질만 숨이 넘어가도록 했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려다 비판만 나오면 꼬리를 내려 덩치값도 못하거나 시류에 편승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다 세월 다 보내고 있으니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당장 추석을 앞두고 치솟는 물가로 국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장사를 걷어치우는 소상인들이 부쩍 늘어난답니다. 경영난에 봉착해 탈진한 중소기업들도 죽을 맛인가 봅니다. 농촌은 농촌대로 아직 수확도 안 했는데 올 농사 헛농사라고 의욕을 잃었습니다. 비료대, 사료, 농약, 인건비, 기름값 등 영농자재비가 대폭 올라 그나마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지요. 곳곳에서 민생고를 호소하는 아우성이 점점 크게 들리는데도 어르신네들이 국민들을 위한 볼장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는 것이지요

일에 지친 심신을 막걸리 한잔에 달래고 거나해진 이웃들이 "정치를 올림픽 만큼만 하면 업어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말합니다."뭘 잘한다고 비싼 월급 받아 먹느냐"면서 "다들 올림픽 나간 애들 뭐나 빨아 먹으래"요. 세금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정치를 이렇게 못하니 배신감이 들어 생각할수록 울화통이 터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애들만도 못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틀린 말들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 나라 어르신네들 말로만 대의 찾지 마시고 행동으로 보여 주시지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더니 어떻게 이건 거꾸로 됐습니다.

차가운 밤 공기가 이슬을 재촉합니다. 하늘에 구름 사이로 별이 유난히 반짝이는 밤입니다. 이제 일찍들 주무시지요. 올림픽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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