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록 전 고속철유치위원장의 호통
이상록 전 고속철유치위원장의 호통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6.27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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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정치부장

오송역 기공식이 열린 지난 25일 공식 일정이 끝나자 '경부·호남고속철도 유치 운동'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이상록 전 위원장(81)은 서운하다 못해 분노한 표정으로 변했다. 팔순을 넘긴 고령인데다 지병까지 얻어 건강도 좋지 않았으나 특유의 호통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 89년 경부고속철도 노선계획이 발표된 이후 호남고속철 오송역 분기역 유치운동과 위원회 활동목적이 종료되기까지 시종 중심적 역할을 했던 인사다.

20년 가까이 '경부·호남철 오송역'에 공을 들인 그는 유치운동의 상징이자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역사 기공식 행사내용과 형식이 기대에 크게 어긋나 실망한 듯 했다. 사실 이날 열린 기공식 행사는 정우택 충북지사의 환영사로 시작해 김재욱 청원군수, 남상우 청주시장, 청주권 국회의원 3명의 인사말, 국토해양부장관의 축사로 이어진 장황한 '말 잔치'가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또 하나는 충북도민과 함께 오송역 유치를 위해 나섰던 유치위원회 관계자, 보조를 맞췄던 많은 지역 인사들이 소외됐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는 점이다. 행사전후 들린 얘기로는 유치위원들은 기공식 행사에 아예 초청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국회 홍재형 의원(민주당·청주 상당)이 '이럴 일이 아니다'며 철도시설공단과 협의해 참석할 수 있었다 한다. 그나마 참석은 했지만 변변한 자리를 내 준 것도 아니었고 십수년에 걸쳐 추진했던 유치운동과 역사 기공식에 대한 감회를 밝힐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얼핏보면 유치위원들에 대한 '의전' 문제로 간주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실 이들에 대한 예우는 누가봐도 소홀히 할 일이 아니었다.

호남고속철유치위원회 해산과 함께 이들은 '자연인'으로 돌아갔지만 오송역 기공식을 이끌어냈던 상징성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부·호남철 노선과 정차역, 분기역 결정은 정부 정책의 자연스런 결과물이라기 보다 '투쟁의 산물'이다. 그 중심에는 민간차원에서 추진된 도민운동이 있었다. 이들과 함께 유치논리를 제공했던 학자들이나 여러 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다.

기공식은 '오송역사'를 매개로 '충북·충청권의 미래'를 그려 지역민을 결집할 수 있는 좋은 이벤트일 수 있었다. 도민운동을 통해 '꿈'을 이뤄낸 여정과 의미를 반추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자 곳곳에서 볼멘소리만 들리는듯 하다. 일이 왜 이렇게 됐을까. 장기간 추진됐던 경부·호남고속철 유치운동을 내일처럼 했던 상당수 인사들은 행사를 주관한 철도시설공단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듯 하다.

충북도의 무신경·무감각을 탓하는 것이다. 적어도 2005년 6월30일 호남철 오송분기역이 확정되기까지 충북도는 민간분야에 '몸으로 뛰어달라·머리를 빌려달라'는 입장이었다. 소소한 법을 위반하더라도 이것만은 따내자는 의견에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당시 충북지사나 청주권 국회의원들은 분기역을 경쟁도시에 내주면 '재선'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을 정도로 중압감을 줬던 과제였다.

단체장이 바뀌고 충북도정의 핵심과제가 달라지긴 했지만 '행정'은 도민들에 대한 신뢰와 일관성있는 태도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런 맥락에서 충북도정은 고객이자 파트너인 '도민'을 배려하는 자세와 여유가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우택 지사가 유치운동과정을 직접 목도하지 못해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행정의 태도'는 적절치 않아 보였다. '의전'이 문제가 아니라 도민을 중심에 세우는, '功'도 넘길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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