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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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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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심 영 선 부장 <괴산>

망설임 없이 싸우면 살길이 있고 기가 꺾여 주저하면 패배의 길만 있을 뿐이다.

이 말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간 후 적진과 망설임없이 싸울 것인가 아니면 작전을 짜며 주저할 것인가는 장수의 몫이다. 장수의 생각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수는 전쟁터로 향하기 전 승리를 위해 수많은 날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리고 승리를 한다면 '영웅'이 되고 가족과 후손들은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된다. 그러나 적진의 뛰어난 용병술과 무리에 억눌려 작전이 먹혀들지 않을 경우 우왕좌왕하다 패배를 당하게 된다. 이때는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작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후자와 같은 상황이다. 여기서만큼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정부를 상대로 한 적군은 더더욱 아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건강과 백년대계를 위해 충언(忠言)에 충언을 거듭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촛불집회는 전쟁터가 아니다. 단지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우려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촛불로 항변하는 것이다. 이 열정은 곧 전 세계인들의 이목도 집중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언했던 대운하개발도 사실상 포기선언을 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이 대통령이 결국 국민들의 이같은 반대 논리를 앞세운 저항에 부딪혀 지난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중요한 현안들을 국민의 입장에서 챙기지 못했다"고 분명히 사과했다. 또한 "국가 현안에 대해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겼어야 했다"며 "저와 정부는 이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취임 1년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속깊은 충정도 털어놨다. 그뿐이 아니다. 대통령은 대선공약인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은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며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들의 뜻을 헤아릴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서민들"이라며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이처럼 현직 대통령이 집권 3개월 만에 실정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곧 대통령이 이를 계기로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에 전 국민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과 청와대, 정치권은 국민을 담보로 한 힘의 논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 알아야 한다.

중국의 공자가 주장한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고사성어를 일깨워야할 때다. 공자는 이 성어를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충언(忠言)은 귀에는 거슬리지만 이롭다는 말'이라고 표현했다. 함축하면 임금이 잘못하면 신하가 충언해야 하고 아버지가 잘못하면 아들이 직언해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이는 곧 국가와 가정이 편하면 위태롭지 않고 악행도 없다는 의미다.

국가적 위기상황과 민심을 간파하고 고개를 숙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가의 안위를 위해 이제 충언할 수 있는 신하가 필요한 때다.

촛불집회는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다. 국민들이 들고 나온 촛불은 이 대통령이 꺼야할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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