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신 고려장
노인장기요양보험=신 고려장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8.06.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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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보고 중증 노인질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막으라는 얘깁니까", "나도 늙어서 아프면 자식들이 노인복지시설에 가져다 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청주의 한 노인복지시설 취재시 시설 관계자가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내던진 말인데 좀처럼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지원방식이 현재 국고보조에서 다음달 장기요양보험 제도로 시행되면 노인 생활자의 등급에 따라 지원금을 지원하는 수가지불방식으로 변경되고 이 경우 노인질환을 앓고 있는 생활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수가가 떨어져 지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복지시설과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고통이 가중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되면 여태껏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중풍과 치매 등 중증 노인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를 직접 수발해 온 상당수 가정에서 자기부담 20%만으로도 부모를 복지시설에 맡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을 두고 하는 소리다. 물론 지나친 비약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복지시설 종사자도 분명한 직장인이다. 직장인 치고 자신의 급여가 줄어드는데 근로의욕이 높아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또 개인주의적 성향이 점점 강해지는 사회적 세태를 감안할때 부모가 중증 노인성질환을 앓게 되면 곧바로 복지시설을 알아보는 '신 고려장'을 생각하는 젊은이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복지시설 관계자들이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버림받는 노인이 없는 대책이 충분히 반영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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