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아구찜
마산아구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1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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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일기자의 '주말 맛기행'
입안에서 살살 녹아드는 아귀의 유혹

비타민A·콜라겐 등 피부미용 효과 여성에 인기


표준말 '아귀' 대신 아구, 물텀벙, 물꽁 등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 '개도 물고가지 않는다' 할 만큼 못생겨, 예전에는 잡아도 재수 없다며 그냥 버리던 생선이 아귀였다. 하지만 아귀는 어느덧 안주용 찜으로 속 풀이용 탕으로 술꾼들에게 병주고 약주는 생선이 됐다.

또한 봄날 껄끄러운 입맛에 시뻘건 아귀찜에 밥을 비벼 먹거나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옛 시외터미널 옆 마산아구찜(대표 이강순·57·사진)은 허름한 단층 건물로 탁자가 아닌 작은 교자상에 밥을 놓고 바닥에 털썩 주저 않아 먹어야 한다. 간판도 홀도 허름하고 볼품없지만 이러한 허름함이 맛의 보증수표가 되는 연륜이 묻어나는 집이다. 이집도 처음에는 아귀찜의 원조인 마산지역과 같이 찬바람에 20∼30일 이상 고들고들 말린 건아귀를 사용해 찜을 만들었었지만 충청도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싱싱한 생물을 사용, 육질이 부드럽고 아귀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무뚝뚝하지만 정감 있는 이강순 대표가 부산히 손을 놀리는 것을 보면 이 집이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주방에서 갓 만들어 나온 빨갛게 물든 콩나물더미 여기저기에 파묻힌 아귀가 모락모락 김을 내면서 눈앞에 놓여졌을 때는 그야말로 침이 꿀꺽 넘어간다. 아귀살의 부드러움과 아삭한 콩나물의 어우러짐은 가히 환상이다.

아귀의 크기는 적당하게 썰어 나오는데 상태가 좋아서 씹는 맛과 포실한 살맛이 잘 느껴진다. 깨물면 톡 터지는 미더덕의 새큼한 맛 또한 별미다. 아삭아삭 씹히는 아귀의 물렁뼈까지도 다 먹어치울 정도로 아귀의 참맛을 잘 살려냈다. 부드러운 살점과 쫄깃한 껍질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밥에 따라 나오는 동치미 국물도 얼얼한 입속을 시원하게 쓰다듬는다.

더러 간 마늘을 너무 집어넣는 아귀찜은 먹고 나면 속이 쓰린데 재료의 신선도가 좋다면 굳이 그리하지 않아야 제 맛을 낸다. 이 집이 딱 그렇다. 고춧가루도 단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뤄 균형이 있다. 양도 푸짐하다. 이강순 대표는 "아귀를 제대로 먹으려면 절대 예쁜척을 하면 안 된다"며 "손으로 잡고 뼈 사이에 붙은 연골까지 쏙쏙 빼먹어야 제 맛"이라고 덧붙였다.

아귀는 다른 생선에 비해 비타민A가 풍부하고 껍질과 아삭한 연골에는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다. 또한 동맥경화와 당뇨를 비롯한 성인병 예방과 주독을 푸는데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저지방에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이라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여름 같은 봄날이 이어지는 요즘 껄끄러운 입맛을 돌리기에는 매콤한 아귀찜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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