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러운 방사광가속기 유치 경쟁
우려스러운 방사광가속기 유치 경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4.20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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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4·15총선이 끝났지만 열기가 계속되고 있는 사안이 있다. 바로 `방사광가속기'사업이다. 일반인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사업은 1조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최첨단 국가 연구 시설이다.

이번 총선이 코로나19로 정책 실종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선거 막판을 뜨겁게 달군 건 방사광가속기였다. 총선 지원유세에 나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방사광가속기'전남 유치를 공언하면서 유치경쟁을 벌이는 지자체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특히 유치에 공을 들였던 충북 지역구 후보들의 반발은 당내 항의로 이어졌고, 강원도 후보들이 가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공정한 경쟁으로 공지를 정정해 일단락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처럼 총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방사광가속기'유치 경쟁은 총선 이후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가 미래산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지자체마다 유치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1조 원이라는 사업비뿐만 아니라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의 미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지자체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연구시설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물리, 화학, 생물, 반도체, 의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 바이오신약, 전기, 환경공학, 신소재 개발 등 모든 과학 분야에 걸쳐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건립할 경우,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보유국이 된다는 점에서 국내 부지 선정은 민감한 이슈가 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공고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부지 유치를 지난 8일 마감한 결과, 청주시와 춘천시, 나주시, 포항시 등 4개 지자체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들 4개 지자체는 각각 부지의 적합성을 거론하며 뜨거운 유치경쟁에 돌입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형적 이점과 오송바이오산업의 메카와 연계해 오창읍 일원 15만㎡에 방사광가속기를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세계적 에너지신사업 클러스터 조성 중인 이점과 한전공대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원도와 춘천시는 공모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50만㎡ 부지와 수도권과 가까워 유리하다는 점을, 경북도와 포항시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 중임을 내세워 건설비용과 운영비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고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자체마다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신경전도 날카롭다. 4개 지자체마다 시민추진단을 구성해 유치의지를 나타내고, 시민들의 동의서를 받고, 소외됨을 강조하며 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비슷비슷한 형태의 유치양상이 벌어지면서 유치 실패에 따른 지역민들의 상실감도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공모를 두고 전국 24개 지자체가 유치경쟁에 뛰어들면서 혼란을 부추긴 일도 있었다. 결국, 무산되면서 서울시에 건립하는 애초 안이 확정돼 많은 지역민에게 상실감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과기부가 해야 할 일은 엄정한 심사다. 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무 현장조사는 물론 심사기준에 맞춰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운영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상실감을 줄이는 방법은 공정함을 통해 신뢰를 얻을 때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공모라는 이름으로 지역 간 유치경쟁에 몰아넣는 우를 범하지 말고, 합리적 방식으로 공모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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