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사랑
자비와 사랑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4.04.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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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불교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는 자비(慈悲)를 실천하는 것이다. 자비심은 진심으로 타인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며, 필요한 도움을 베푸는 마음을 말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불교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법문이 있다. 이 법문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여러 제자 중에서도 지혜 제일로 꼽혔던 문수보살마저 찬탄하고 존경했던 불이법(不二法)의 화신인 유마 거사가 설한 법문이다.

기독교의 가르침 중에서 불교의 자비와 일맥상통하는 참된 사랑이 무엇인가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가르침이 있다.

예수님께서 설하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유마 거사님과 예수님처럼은 아닐지라도 21세기 지구촌은 주변의 인연 닿는 이웃들과 상생(相生)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문화가 꽃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다 지구촌이라는 한 공간에서 동고동락해야 하는 운명의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연필을 깎다가 손가락을 벤 적이 있다면 운명공동체가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왼손에 연필, 오른손엔 칼을 쥐고 연필을 깎다가 왼손의 검지가 칼에 베였다고 해서 왼손은 자신을 벤 오른 손에게 복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손의 차원에서는 왼손과 오른손이 별개지만 한 단계 위인 몸의 차원에선 왼손과 오른손이 다 한 몸인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너와 나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둘이면서 하나로 함께 아파하고 서로 도우며 공생공영(共生共榮)해야만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자기만족과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며 적자 생존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21세기를 맞은 지구촌은 다 함께 공생 공영하는 대동 사회가 되어야 한다.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공자님께서 역설하신 대동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란 사실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동사회의 핵심은 전 인류가 하나가 되어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누리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즉, “종신토록 행할 만한 한 마디의 가르침이 있습니까?란 자공의 질문에 공자님은 “기서호(其恕乎)” 즉, 그것은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답하신 뒤,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즉,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저지르거나 강요하지 말라”는 말씀을 덧붙이신 바 있다. 공자님께서 역설하신 대동 사회를 위해 평생 실천해야 하는 가르침인 서(恕)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을 합한 글자라서 한층 의미가 클 듯하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고양이가 쥐를 생각하며 용서하는 마음은 둘이 한마음이 되는 서(恕)일 수 없다. 왼손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오른손을 이해하고 말고가 없이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고 나의 아픔이 너의 아픔이듯 서로 다른 두 마음이 한마음이 되는 것이 진정한 서(恕)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당해서 싫은 일은 남들도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이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 저지르거나 강요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말하고, 행동하기에 앞서 자신과 상대방의 입장을 뒤바꿔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도 대동 사회를 앞당기는 중요 덕목이 될 것이다.

나만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21세기 지구촌에서 사라져야 한다. 다 함께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름답고 행복한 지구촌이 도래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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