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로 주고 받는
눈길로 주고 받는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4.05.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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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그림책 `눈이 바쁜 아이/안드레 카힐류/올리'는 `아이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네요.'로 시작한다. 작가는 제목과 달리 첫 문장에 `눈'이라 하지 않고 굳이 `눈동자'라는 단어를 콕 집어 썼다. 눈과 눈동자의 의미를 달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는 단어의 선택인 듯하다. 시선을 한곳에 두고 하나의 대상을 찬찬히 바라보며 관찰하느라 바쁜 것이 아니라는 언질 말이다.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 어떤 상황이며 뭘 의미하는 것일까? 눈길은 한곳에 두고 있으나 뭔가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만 보고 있다는 것일게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경우일까?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스마트 폰에서 동영상을 본다든지, 화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디오 게임을 할 때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화려한 화면과 속도감 있는 영상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휴대성과 편리성까지 갖춘 스마트 폰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타인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 구미에 맞는 것만 골라 볼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의 눈동자를 바쁘게 하는 대표적인 도구다.

책 속의 아이도 스마트 폰이 주는 재미에 폭 빠져 그 외의 것엔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 아이에게 소통할 대상은 이 세상에 핸드폰만이 존재한다. 눈길은 오로지 핸드폰에만 두고 주변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공원이나 바닷가에 나가 노는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동물원이나 서커스 공연 보는 것도 시시하게 여긴다. 당연히 책이나 영화를 볼 때도 마음은 온통 핸드폰 속에 가 있다. 그러니 핸드폰에 얼굴을 묻고 있을 때면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도 듣지 못한다.

이런 일은 책 속 아이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나부터도 틈만 나면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미처 못 본 드라마나 영화의 축약본 등 지루하게 시간을 보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콘텐츠는 점점 다양해지는데 큰일이다.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겨를이 점점 없어져 걱정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사람들의 눈은 핸드폰을 향한다.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나이건, 눈을 한껏 찌그려야 보이는 나이건 핸드폰 사랑은 무관하다.

아이를 둔 부모의 걱정은 더 깊다. 대안은 있을까? `눈이 바쁜 아이'의 작가 안드레 카힐류는 `차단' 시키는 것으로 시발점을 잡았다. 빙글빙글 도는 롤로코스터에서 놓친 핸드폰이 산산조각 부서진다. 아이 마음도 산산조각 난다. 핑계 김에 아이의 손에서 강제로 떼어놓았다. 물론 시간은 걸렸겠지만 아이는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들의 눈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고개를 들어 더 멀리, 더 넓게 보기 시작한다. 눈앞에 펼쳐진 진짜 세상을 보느라 눈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핸드폰 과의존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여기저기 무수히 많이 떠돈다. 그만큼 고민은 많으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단 얘기다. 핸드폰보다 더 재미있는 것으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책에서는 차단하는 것으로 해결 방향을 잡았으나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것도 아니다.

삶에 있어 해결책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는 누구 씨의 말처럼 핸드폰, 게임 등의 의존증에서 벗어나는 길에도 정답은 없는 듯하다. 그저 아이들에게 시선을 모으고 관심 기울여 실행해보고 아이들 기질에 맞게 조금 다듬어 다시 적용하다 보면 조금의 변화는 생긴다.

그리 기다리다 보면 눈동자만 바쁜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표정이나 태도에 진심이 묻어나는 나만의 시선을 갖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본다. 나 또한 그리하려 무던히 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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