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입술은 건강의 바로미터이다. 관상학적으로 입술선이 확실한 사람은 매우 양심적이란 말이 있다. 또한 입술 색이 선홍빛을 띠며 모양이 도톰하면 건강에 더하여 남편 운도 따른다고 한다. 입이 크면 활동적이고, 입 모양이 눈동자보다 작으면 매우 소심한 성격이란다. 뿐만 아니라 입의 모양으로 길흉화복도 점친다니 입이 지닌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남녀의 애정도 입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의 말이 대단한 위력을 갖기도 한다. 가슴을 뛰게 만들고, 이성을 자극한다. 더구나 첫 키스는 값으로 따질 수 없으리만치 귀하다. 이 키스라는 것이 애정 행각의 출발이 될 수도 있기에 특히 여자들은 입맞춤을 생명과 같이 여기는지도 모른다. 대화 속에서 인품이 드러나듯, 키스를 통하여 상대방의 정조관을 가늠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조관념이 희박한 여인은 키스 또한 헤프다고 한다.
이렇듯 입은 인간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관임에 틀림없다. 직업을 말할 때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한 수단이다.’ 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목구멍은 입의 첫 관문이다. 풀칠은 식사를 의미한다. 인간 생존의 유지를 위한 1차적 수단은 음식물의 섭취다. 그 수단의 책임을 입술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입을 빌어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면 그 때는 저승 갈 채비를 차려야 한다. 입술 역할이 지대함을 새삼 느낀다.
입술은 인간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인체 부위이다. 입술은 미를 창조하는 마술사다. 입술은 성(섹스)을 담당하고 있는 수문장이다. 입술은 의사를 주고받는 사령탑이다. 입 잘 생긴 거지는 없다고 했다. 뭐니뭐니 해도 여인의 얼굴에서 미적 포인트는 입술이다. 입술은 성애의 심벌이다. 그래서 여인의 입술은 생명처럼 소중하다. 잘 지켜야 한다. 한 치 혀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고, 평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입으로 짓는 많은 죄 중에 가장 경계할 일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이다. 감언이설로 남의 총명한 눈빛을 흐리게도 한다.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이 한 마디가 일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을 믿어도 되느냐’란 유행가의 가사처럼 사랑이란 말은 크나 큰 힘을 발휘한다.
‘앵두’라는 유행가의 노랫말을 음미해 보자.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 흘러가는 구름은 아니겠지요. /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눈동자 / 구름속의 태양은 아니겠지요 / 사랑한단 그 말 너무 정다워 / 영원히 잊지를 못해 /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 입술 /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사랑한다는 연인의 언약, 그 약속도 확인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인 신뢰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음인데. 신뢰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던가. 진리의 힘은 핵무기에 앞서는 법, 사랑하는 연인지간, 부모와 자식지간, 국가와 국민지간, 국가와 국가지간, 더 넓게는 우주의 모든 상호지간이 신뢰로 이어져 있기에 공존하는 것인데-.
요즘 불신이 난무하는 세태여서인지 주위에 ‘믿을 사람 없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남녀 불문하고 최고의 입술은 앵두 닮은 입술이 아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입술이 아니던가. 서로 신뢰를 지키며 살아야 할까보다. 그리하여 ‘앵두’라는 노랫말의 의문형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긍정적 사고를 지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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