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두
앵 두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3.06.0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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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입술은 건강의 바로미터이다. 관상학적으로 입술선이 확실한 사람은 매우 양심적이란 말이 있다. 또한 입술 색이 선홍빛을 띠며 모양이 도톰하면 건강에 더하여 남편 운도 따른다고 한다. 입이 크면 활동적이고, 입 모양이 눈동자보다 작으면 매우 소심한 성격이란다. 뿐만 아니라 입의 모양으로 길흉화복도 점친다니 입이 지닌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남녀의 애정도 입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의 말이 대단한 위력을 갖기도 한다. 가슴을 뛰게 만들고, 이성을 자극한다. 더구나 첫 키스는 값으로 따질 수 없으리만치 귀하다. 이 키스라는 것이 애정 행각의 출발이 될 수도 있기에 특히 여자들은 입맞춤을 생명과 같이 여기는지도 모른다. 대화 속에서 인품이 드러나듯, 키스를 통하여 상대방의 정조관을 가늠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조관념이 희박한 여인은 키스 또한 헤프다고 한다.

이렇듯 입은 인간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관임에 틀림없다. 직업을 말할 때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한 수단이다.’ 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목구멍은 입의 첫 관문이다. 풀칠은 식사를 의미한다. 인간 생존의 유지를 위한 1차적 수단은 음식물의 섭취다. 그 수단의 책임을 입술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입을 빌어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면 그 때는 저승 갈 채비를 차려야 한다. 입술 역할이 지대함을 새삼 느낀다.

입술은 인간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인체 부위이다. 입술은 미를 창조하는 마술사다. 입술은 성(섹스)을 담당하고 있는 수문장이다. 입술은 의사를 주고받는 사령탑이다. 입 잘 생긴 거지는 없다고 했다. 뭐니뭐니 해도 여인의 얼굴에서 미적 포인트는 입술이다. 입술은 성애의 심벌이다. 그래서 여인의 입술은 생명처럼 소중하다. 잘 지켜야 한다. 한 치 혀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고, 평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입으로 짓는 많은 죄 중에 가장 경계할 일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이다. 감언이설로 남의 총명한 눈빛을 흐리게도 한다.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이 한 마디가 일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을 믿어도 되느냐’란 유행가의 가사처럼 사랑이란 말은 크나 큰 힘을 발휘한다.

‘앵두’라는 유행가의 노랫말을 음미해 보자.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 흘러가는 구름은 아니겠지요. /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눈동자 / 구름속의 태양은 아니겠지요 / 사랑한단 그 말 너무 정다워 / 영원히 잊지를 못해 /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 입술 /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사랑한다는 연인의 언약, 그 약속도 확인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인 신뢰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음인데. 신뢰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던가. 진리의 힘은 핵무기에 앞서는 법, 사랑하는 연인지간, 부모와 자식지간, 국가와 국민지간, 국가와 국가지간, 더 넓게는 우주의 모든 상호지간이 신뢰로 이어져 있기에 공존하는 것인데-.

요즘 불신이 난무하는 세태여서인지 주위에 ‘믿을 사람 없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남녀 불문하고 최고의 입술은 앵두 닮은 입술이 아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입술이 아니던가. 서로 신뢰를 지키며 살아야 할까보다. 그리하여 ‘앵두’라는 노랫말의 의문형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긍정적 사고를 지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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