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해외시찰이 세금낭비?
공무원 해외시찰이 세금낭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4.02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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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1팀(부장)

충북도내 공무원들의 해외시찰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청주시 공무원과 충주시, 청원군 공무원이 일본 가나자와시로 시찰에 나서면서 외유성 시찰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는 관광을 목적으로 한 시찰에 출장비가 지급되었으니 시민이 낸 세금이 낭비되었다는 것이다.

충북문화재단 주관으로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가나자와시를 시찰한 것을 두고 불거진 이번 문제는 충북문화재단 사업비 심사로 비롯된 발단이 엉뚱한데 불똥이 튄 셈이다. 해외시찰을 앞두고 때마침 불거진 충북문화재단 심사 문제가 지역문화예술계가 뒤숭꼭 시찰을 강행해야 했느냐, 외유성 시찰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단이야 어찌됐든 간에 과연 공무원들의 일본 시찰이 세금낭비였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춰본다면 이번 사안은 좀더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도내 공무원들의 시찰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피적으로만 본다면 관광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런 일부의 논란이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눈과 발을 묶어 놓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는 견문을 넓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견문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일본 가나자와 시찰은 문화도시 청주의 전략을 세우기 위해 청주시가 제안해 충북문화재단 주관으로 이뤄졌다. 도심 내 유휴공간으로 남아있는 옛 연초제조창과 옛 국정원부지, 옛 KBS부지에 대해 청주시가 활용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과정에서 충북문화재단이 성공적 사례지 시찰을 추진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청주시는 문화도시와 문화산업, 자전거도시로 성공한 일본의 가나자와시를 마케팅하기 위해 책임공무원 7명을 시찰에 참가시켰다. 과장급 공무원을 대거 시찰단에 포함시킨 것이 파격적일 정도로 그만큼 청주시가, 한범덕 시장이 문화도시와 녹색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의지였다고 여겨진다.

이런 의지 못지 않게 일본 체류기간 동안 시찰단에 참가한 공무원들의 모습은 배움의 열의가 가득했다. 시설물을 둘러볼 때마다 청주에 도입할 경우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지, 어떤 정책이 우선돼야 할지 진지하게 토론하며 체크했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변화될 청주를 보는 듯 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공무원에 대한 선입견은 '복지부동'의 이미지가 강했다. 조직이 가지고 있는 생리라지만 뒤떨어지는 현실감과 복지부동으로 시민들의 세금이 낭비되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이런 견고한 조직이 지방자치단체 시대를 연 이후 자율적인 참여와 책임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변화의 성과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그런 측면에서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보고 도입하기 위한 시찰은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더구나 시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담당자의 작은 시행착오가 더 많은 세금을 낭비할 수 있기에 견문을 넓혀주는 것도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공무원들의 해외시찰 비용이 세금낭비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틀에서 본다면 지역의 발전을 위한 투자이다. 투자한 만큼 얻는 것도 크다. 관광(觀光)이란 말이 시찰(視察)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공무원 해외시찰이 세금낭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보고 나면 생각도 달라지고, 달라진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자 이치이다. 비난보다 격려로 변화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특히 현지에서 본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번 일본 가나자와 시찰 만큼은 충북문화재단 상황을 뒤로한다면 투자보다 더 많은 성과를 얻으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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