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을 담는 북아트
시대정신을 담는 북아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9 2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 종 벽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우리 인류는 수만년 세월의 흐름 속에서 문화사적으로 네 차례의 큰 변혁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 변혁의 요소로서 말과 문자 그리고 인쇄술과 뉴미디어를 들고 있다.

인류는 말을 하면서 수렵사회를 이루었고 문자를 만들면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기록하고 축적해 농경사회를 형성해 왔으며 보다 구체적인 국가나 민족의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또 활자를 만들면서부터는 인쇄술을 발달시키며 다량의 출판물을 신속하게 생산하는 등 산업사회를 이끌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보혁명, 즉 뉴미디어가 변혁의 주인공이 되어 인류문화를 급속도로 혁신시키고 있다.

결국 인류는 이 네 차례에 걸친 혁명과 함께 역사의 괘도를 함께 해 왔으며 그때마다 굴곡진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오늘에 이르게 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역사적으로 청주는 인류사적으로 큰 변혁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간행한 인류문명에 빛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금속활자 발명의 창의성과 혁신성은 인간의 다양한 생각과 움직임 그리고 인류의 변화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보존하며 새로운 문화로 발전시키는데 크나 큰 역할을 했다.

직지의 창의적인 정신은 북아트라는 문화코드로 소통되고 있다. 북아트는 새로운 문명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직지에서 디지털로 이어지는 기나긴 세월의 기록 속에는 그 시대에 맞는 독창적인 북아트가 있었던 것이다. 북아트가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아트의 가장 큰 가치는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책상 위의 작은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예술가의 감성과 기예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끼와 열정이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아티스트의 영혼을 담았기 때문이다. 손만 뻗으면 바로 눈앞에 아름답고 재미있는 예술의 세계가 펼쳐지는데 이보다 더 값지고 의미 있는 미술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모리스는 "예술이 낳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과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금속활자본 '직지' 역시 북아트적인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직지'라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첩장, 활자장, 한지장 등 수많은 장인들의 땀과 열정과 지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견고성, 보존성, 차별성, 생산성까지 갖추고 있다.

한국공예관에서는 지금 청주국제북아트전이 열리고 있다. 직지의 가치를 창조적인 문화예술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 규모의 북아트 전시다. 옛것에서부터 현대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북아트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재료의 다양성과 소재의 역동성, 그리고 작품의 변화무쌍함을 한눈으로 볼 수 있다.

최근들어 창조경영, 예술경영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북아트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문화코드이자 혁신과 창조의 DNA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청주시가 북아트시티로 거듭나고 북아트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참여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