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의 명(明)과 암(暗)
공매도의 명(明)과 암(暗)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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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동양증권 서청주지점 투자상담 실장>

세계 금융각국이 공매도(空賣渡)와의 전쟁에 나섰다. 증시 패닉의 주범으로 꼽힌 공매도 금지를 통해 추락하는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다.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것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8일부터 실물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미리 파는 '네이키드 숏셀링(Naked Short Selling)'을 전 종목에 걸쳐 금지한데 이어 19일부터는 799개 금융주 전체에 대해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커버드 숏셀링(Covered Short Selling)'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는 10월 2일까지 적용되는 한시적인 조치이지만 10일 더 연장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았다. 미국발 금융위기 불똥이 튄 영국 금융당국도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다. 영국 금융청(FSA)은 모든 금융주의 공매도를 내년 1월6일까지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공매도 금지대상은 커버드 숏셀링까지 포함된 것이다.

이들 국가 이외에도 독일, 프랑스, 호주, 대만 등에서도 공매도 금지와 관련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24일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에 대해 다음달 13일부터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20영업일간 공매도 거래금액이 해당 종목의 일정비율(유가증권시장 5%, 코스닥시장 3%)을 초과한 종목에 대해 10영업일간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10영업일 이후에도 한도를 초과하는 종목은 공매도금액 비율이 한도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매도로 빌린 주식을 상환할 수 없는 결제 불이행 위험을 낮추기 위해 현재 투자자에 따라 90∼110%로 되어 있는 담보비율을 140%로 올리기로 했으며, 증권사가 공매도 주문을 처리할 때 적격투자자의 대차거래 유무확인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금융위원회는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는 주식이 없이 매도주문을 내는 네이키드 숏셀링과 직전가 이하로 주문을 내는 것을 금지하는 업틱룰(Up-Tick Rule) 규정의 준수여부를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에서는 차입계약이 없는 공매도나, 대차거래를 통해 차입한 주식을 공매도로 표시하지 않고 직전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주문을 내는 규정위반 사례들을 적발해 제재조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 들어간 것은 주가하락에 배팅하는 공매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악성루머를 퍼뜨려 이익을 취하는 범죄행위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패닉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매도가 최근 주가하락의 원인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그 기능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공매도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실현을 위한 매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침체장에서 잠재수요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주식시장의 유동성 증가와 가격결정의 효율성제고라는 기본적인 시장에서의 역할을 하므로 공매도 자체를 백지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상방이든 하방이든 투자자가 판단하는 대로 다양한 투자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증시를 제대로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매도를 통해 주된 수익을 올렸던 헤지펀드의 경우는 주된 투자기법인 공매도가 금지됨으로써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정도로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각국의 공매도 금지 움직임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에 국한돼야 하며, 그보다는 공매도와 관련해 지켜야 하는 규정의 준수여부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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