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숭례문- 미디어를 통해 본 21세기 한국의 그 날
아! 숭례문- 미디어를 통해 본 21세기 한국의 그 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1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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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아! 숭례문.

600년이 지나도록 잘 견뎌온 그 숭고한 아름다움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날, 더 이상 한 줄의 뜻도 펼칠 수 없는 장탄식이 나 뿐이었으랴.

그날, 갖은 우여곡절 끝에 관리주체가 바뀌어 버린 숭례문은 국보 1호라는 자랑스러운 상징성을 상실한 채 방화범의 표적이 되었고, 서울시장은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어설픈 드럼연주를 해대고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세계적인 정치지도자의 사례를 들어가며 악기연주를 통해 소위 '문화'를 들썩거리는 진행자의 도움은 감춰진 정치적 의도를 알아차리기에 별로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오락프로그램은 경제지향성을 노골적으로 겨냥하고 있음도 분명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21세기 한국의 현실이다.

숭례문은 상징이다. 온갖 환난에도 꿋꿋했던 우리의 기상이며, 찬란한 문화 역사의 긍지다. 예(禮)를 중요시 여겼던 숭례문의 상징성은 그러나 모든 이들이 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향을 찾는 설 연휴 문화재적 전통의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 자리의 수장이 나라를 떠나 있는 사이 우리 곁을 떠났다.

숭례문, 600년의 그 찬란하고 기나 긴 영광은 불과 5시간만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 사이 미디어는 삼성의 '고맙습니다'를 되풀이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고맙다는 것인가. 뉴욕의 심장부에 당당하게 내걸린 삼성 광고판의 뿌듯함은 필자도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잘 몰라도 소위 그들의 표현대로 '섐셩'은 알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과 태안의 재앙에서 반추되는 삼성의 기업윤리와 또 그들이 주장하는 신뢰경영이 과연 우리 국민을 얼마나 감동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경제지상주의의 가치존중이 도덕성과는 영영 만날 수 없는 극한대립인 것인지, 삼성이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는 사이 숭례문은 통곡한다.

다시 TV는 느닷없이 정주영을 등장시킨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물리치는 것인가.

현대조선소 창업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는 이 광고가 현대출신의 대통령당선인을 의식한 기획이라는 점을 살피기는 어렵지 않다. 개발논리의 당당함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이 되겠다는 그들의 주장은 일견 갸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일방통행식의 질주와 그에 반하는 환경과 국토의 소중함의 괴리 사이에서 숭례문의 신음과 국민의 불안은 상존한다.

숭례문은 '어처구니'(편집자 주·한옥의 용마루 끝과 처마 끝에 마무리하는 십장생의 동물형상)는 물론 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사라지고 만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혹시 해인사 등 소방시설이 갖춰진 4곳은 종교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말 그대로 그나마 보호받고 있는 사이 숭례문은 우리 가슴에만 존재해 있던 것은 아닌지도 따져 볼 일이다.

예를 숭상하는 표본이었을 숭례문.

그 찬연한 아름다움은 이제 상실의 아픔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진대 미디어는 그날도 '도덕'은 전혀 관심없이 개발과 탐욕, 그리고 경제적 가치지상주의만을 떠들어대고 있다.

4억원의 기대가 1억원에도 못 미치는 탐욕의 끝에서 빚어진 우리 상징성의 붕괴는 그 원인의 단초가 현대아파트였다는 점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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