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의 오류
실용주의의 오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1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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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 신 모 <청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실용주의를 논할 때 가장 적합한 말이 있다. 그것은 1978년 중국의 등소평 체제가 들어서면서 세계사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말이 있다. 중국의 실권자인 등소평 전국군사위원회 주석이 말한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이다. 풀어서 말하면 국가체제가 어느 것이든 국민을 잘 살게 만들면 된다는 말이다.

17대 대선이 막을 내리고 이제 대통령 취임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총선이 2개월 남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정치활동이 백화만발하고 있는 정치의 계절이다.

지난 대선은 이명박 당선자의 실용주의 노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당선자는 선거기간 동안 많은 부정부패 의혹으로 얼룩졌고, 결국은 야당()의 이명박 특검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등 헌정사상 초유의 역경을 딛고 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루는 저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승리에 도취하여 환호하고 있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패배한 정당은 쓰디 쓴 맛을 경험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국가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실천하여 성공했다. 이 당선자는 가정환경하에서도, 기업인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많은 어려운 제약요인이 존재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으로 극복하여 승리를 쟁취한 시대의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현재 이 당선자는 우리나라 헌법과 해당 법률에 의거 대통령 당선자로서의 인수위를 구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에 의거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당선자가 법과 원칙에 의한 엄정한 집행을 말한다면 어딘가 어색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당선자를 법과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원칙주의자이기보다는 실용주의자로 규정하는데 동의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들은 침체해 있는 국민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수준을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화시대에 국가를 잘 운영하여 국가 이익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운영에 있어서 이러한 실용주의보다 더 중요한 본질적인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국가 정체성의 확립이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끝까지 보호하고 그 국민의 역사를 존중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국군포로자, 납북자의 송환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전세계 어디에 있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그의 재산과 생명을 완전히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의무이다.

이번 국보 제1호 숭례문 화재사건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상을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가의 기본과 원칙의 실종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분노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운영이 얼마나 후진적이고, 담당 공무원체제가 얼마나 복지부동인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앞으로 10여일 후 탄생할 이명박 정부에서는 최우선적으로 국가정체성을 정립하고, 법과 기본과 원칙을 올바르게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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