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
국보 1호 숭례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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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국보 1호 숭례문이 어젯 밤, 불에 타 버렸습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침략, 한국전쟁, 조국근대화과정도 극복하고 600년 간 제 모습을 굳건히 지켜 온 조선의 상징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참담하다는 말밖에 달리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숭례문이 불에 탄 것이 노무현 정부의 탓이라는 주장과 이명박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임 중에 개방한 탓이라느니 하며 네탓·내탓공방을 벌이는 정치권 꼬락서니를 보니 참으로 역겹습니다.

한 대학생 네티즌이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올린 방화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숭례문 근처에서 노숙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확 불질러버려'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숭례문에 경비도 없고, 너무 경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숭례문 개방은 바람직했으나. 너무 경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관리자님 탁상위에서만 이 글에 답하지 마시고 실무자로서 이 나라를 사랑하시는 분으로서 한 번 현장에 나가 보시죠. 한숨만 나옵니다."

이 학생도 지적했듯, 숭례문을 개방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데 동의합니다. 문제는 관리가 허술했다는 것이지요. 시민 혹은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인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나 그만큼 위험부담도 커지는 것이니, 그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했다면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현재로서는 방화인지, 전기누전인지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지만 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깁니다.

아시는 것처럼 숭례문은 서울도성의 정문으로 1396년(태조5) 건축을 시작하여 1398년 준공됐고, 1447년(세종29)과, 1479년(성종10)에 각각 개수·증축한 바 있고, 1961∼1962년에 해체수리하였으며, 지난 2005년 5월27일 숭례문 주변 광장을 개방한 데 이어 이듬해 3월1일 2층 누각을 제외하고 숭례문을 완전 개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개방이후 숭례문 관리당사자인 서울시는 사설보안업체의 무인경비시스템에 맡긴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서울시 당국이나 문화재청이나 관리 감독을 너무 허술하게 안이하게 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학생 네티즌의 간곡한 호소를 귀담아 들었었더라면, 아니 개방할 당시부터 경비를 포함 철저히 관리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아니었냐는 것입니다. 결국 근본문제는 '안전 불감증'입니다. 성장일변도, 개발지상주의는 건설은 있으되 안전은 뒷전인 사회, 안전을 비용으로 치부하는 천민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위험사회, 한국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의 반복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땜질식 1회용 처방만을 반복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더는 근본대책을 미뤄서는 안됩니다. 안전이 성장에 우선하는 대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이로 인해 낙오되는 소수자에 대한 대책 또한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됩니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에서 보듯 이번 숭례문 화재가 노숙자의 방화에 의한 것이라면, 아니 그럴 가능성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할 때, 그렇습니다. 숭례문의 복원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국토를 보전하고 문화재를 보존하는 국가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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