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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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지아 제천여고 교사
  • 승인 2024.04.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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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변지아 제천여고 교사
변지아 제천여고 교사

 

남편과 연애시절 이야기다. 당시 신규교사 티를 어느 정도 벗고 경차에서 2000cc급 승용차도 구입하면서 나름 성공한 30대 초반을 지내고 있던 그는 나에게 한 가지 부탁을 청해왔다.

자신도 이제 음악 교사 여자 친구도 생겼고 차에 좋은 스피커도 있으니 클래식 음악 CD를 몇 개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작곡가가 있는지 되물으니 그런 것은 없고 쉬운 음악부터 듣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고전 시대 음악이 단순명료하니 들어보겠느냐 했고 그렇게 하이든과 모차르트 CD 한 장씩 건네주었다. 그는 차량 이동 시간을 이용해서 한 주 내내 하이든을 듣고 그 다음 주에는 모차르트를 들었다.

두 주가 지난 뒤 그에게 “하이든이랑 모차르트 들어보니 어때? 어떤 점이 달라?”라고 물어보니 그는 “시원소주와 참이슬 차이?!?”라 말했고 이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어머! 천잰가봐! 그러니까,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는 뜻이지? 정말 잘 들었네!! 그래서 누구 작품이 더 좋았어?” 나는 호들갑을 떨며 폭풍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소주 맛이 그 맛이 그 맛이지. 잘 모르겠다는 뜻인데?”그는 무안하고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혼자 저만치 나아간게 부끄러워서 “아~ 그런 거야?”라고 실실 웃었다.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한지 겨우 2주 되었는데 두 작곡가의 음악을 비교하는 질문을 한 내가 어리석었다. 부담스러운 질문인데도 나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의 비유를 들어 잘 설명한 그는 현명한 사람이다.

하이든은 귀족을 위해 많은 작품을 작곡해야 했다. 그는 매번 새로운 곡을 작곡해야 했고 그의 작품 중 현악 4중주와 교향곡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의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의 작품은 어떤 형태로 작곡할 때 장르에 가장 잘 어울리는지를 후대 작곡가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논문이나 연구물 같은 느낌을 준다.

어떤 실험은 실패했고 어떤 실험은 근사한 공식을 만들어 내어 이후 음악들의 밑거름이 되었다.

모차르트는 음악가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가문이 집적한 음악 지식을 고스란히 전수받아 자신의 개성과 천성을 담아 정말로 자연스럽고 매끄러우면서도 완벽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클래식의 정수 탄생시켰다.

그의 작품은 군더더기가 없는 미의 결정체이다.

2관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음색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에서도 자세히 들으면 맥락이 있고 더 설득력 있으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은 모차르트의 것이라 생각한다.

술고래였던 그가 금주한 지 3년이 되어 간다. 그렇게 많이 마셔도 음미할 부분이 없다면(그 맛이 그 맛), 가차 없이 버려도 된다. 반면 음악에 대해서는 이제 많은 대화를 나눌만큼 성장했다.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 중 바로크 시대 음악은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가끔은 “내 음악 세계에 대해 논하지 마”라는 말도 한다. 요즘은 나보다도 음악을 더 많이 듣는다.

좋으면 계속 만나고 싶고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오늘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2중창`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Sull'aria)'를 감상곡으로 추천해 본다. 살랑이는 봄바람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음악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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