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잎 라일락 꽃
다섯 잎 라일락 꽃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4.04.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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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비 내린 산책길에 라일락 꽃잎 떨어진 것을 보았다. 연보라빛 작은 꽃잎들 흩어진 자리를 가만히 살펴본다. 세잎클로버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듯, 꽃대롱 끝이 네 조각으로 갈라진 꽃잎들 사이로 다섯 잎으로 갈라진 라일락 꽃을 찾기 위해 말이다.

라일락의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지고 꽃은 여러 송이가 뭉쳐 핀다. 이중 하나의 꽃을 살펴보면 얇은 통의 길이가 1~1.5cm이고 꽃의 끝은 대개 4개로 갈라지며 옆으로 퍼져 핀다. 또 이 꽃 한 개를 옆에서 보면 정(丁)자로 보인다 하여 라일락을 정향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라일락은 대부분 네 개로 갈라져 꽃이 피는데 왜 다섯 개로 갈라져 피는 꽃이 있을까?

답은 네잎클로버가 생기는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네잎클로버가 생기는 원인은 우선 일시적인 기형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특이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생겨난 것이다. 둘째는 잎으로 분화하기 전 줄기 끝 생장점에 상처가 생길 경우다. 네 잎이 되기도 하고 간혹 다섯 잎이 되기도 한다. 세 잎이었는데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에 밟히거나 상처를 받으면 생장점이 분화하게 되는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의 시련이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만드는 셈이다.

그러니 네잎클로버는 밟히거나 상처받기 어려운 깊숙한 곳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찾는 것이 좋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일시적인 기형 현상으로 네 잎이 되는 확률은 대략 10,000번에 한 번꼴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5백만 개의 클로버를 조사해보니 네잎클로버는 5,000번에 한 번꼴로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성장과정에서의 상처로 네 잎이 되는 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참, 일시적 기형이나 성장과정 중 상처로 네 잎이 된 클로버는 옮겨 심는다고 네 잎이 나지 않으니 주의할 것!

라일락 꽃은 4~5월에 핀다. 묵은 가지에서 피는데 원추꽃차례로 여러 꽃이 모여 10~15cm 정도의 원뿔 모양을 이룬다. 하나하나의 꽃들은 다 세포 분열을 해가며 자라날 텐데 자라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기형으로 변이가 되거나 추위, 바람을 비롯한 물리적 충격에 의해 생장점이 상처받으면 네 잎이 아니라 다섯 잎으로 분화한다. 네잎클로버가 발견될 확률이 5,000번에 한번 꼴이라 하였는데 네 잎 클로버보다 라일락의 다섯 잎 발견이 더 어렵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클로버는 땅바닥에 나는 초본류고 라일락은 나무이니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조금은 더 보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여, 라트비아에서는 다섯 잎 라일락 꽃을 행운과 행복의 상징으로 여긴다.

다섯 개의 꽃잎이 있는 라일락 꽃을 찾으면 소원을 빌고 꽃을 먹거나 말려 보관한다. 우리 어릴 적 하던 대로 책장 사이에 끼워 말린 후 지갑에 보관하거나 간직한다. 연인이 함께 찾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식물에게서 이런 현상은 자주 관찰된다. 봄나물의 대표 냉이도 그렇다. 냉이 잎이 톱니처럼 갈라져 있는 냉이와 덜 갈라진 냉이 중 어떤 냉이가 더 맛있을까? 잡초학의 대가라 하는 이나카키 히데히로의 `풀들의 전략'에 보면 냉이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겨울 추위를 견디고 자란 냉이의 잎은 깊이 갈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갈라진 잎이 많은 냉이가 오히려 더 맛있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

사람은 어려움을 피해 움직일 수 있으니 식물에 비해 형편이 나은 편이다. 사람에게 밟히고 추위와 싸우고 여러 상처를 이겨내면서 식물은 성장하고 꽃피운다. 네잎클로버, 다섯 잎 라일락을 귀히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냉이 또한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겪은 쪽이 맛이 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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