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사과, 기후변화 때문이야
비싼 사과, 기후변화 때문이야
  • 이영진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탄소중립위원장 지니플㈜ 대표이사
  • 승인 2024.04.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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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Net Zero)칼럼
이영진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탄소중립위원장 지니플㈜ 대표이사
이영진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탄소중립위원장 지니플㈜ 대표이사

 

지구는 그동안 다섯 차례 대멸종 사태를 겪었다.

지구의 계통수는 마치 허파에 혈액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듯 일정한 간격으로 확장과 붕괴를 반복해왔다.

공룡이 멸종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멸종의 원인은 바로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가 관련돼 있다. 가장 악명높은 경우는 2억5000만년 전 발생한 대멸종인데 그때 온실가스가 지구온도를 5도 증가시켰고 메탄 발생의 가속화는 일부 종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죽음에 이르고 나서 종결됐다.

그런데 오늘날 인류는 그때보다 이산화탄소를 10배 빠른 속도로 배출하고 있다. 산업화 전과 비교하면 최소 100배 더 빨라졌다.

`2050 거주불능 지구' 저자 데이비스 월러스 웰즈의 주장이다.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그는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고 있는 인류는 이제 6번째 대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경고문이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끔 대형산불 발생이나 거대한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나 기후변화의 위기감을 느끼곤 한다.

설령 안다 할지라도 오히려 무시하고 생활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가 내 일상 주변 생활속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불편함에 부닥치게 되면 양상은 조금 달라진다.

지구온도가 점차 상승하면서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고 해양어류가 바뀐다. 수산물 어종이나 가격이 요동을 치면서 평소 즐겨 먹었던 못 먹던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먹어야하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금()사과', `은(銀)배' 사태가 바로 그렇다. 사과와 배 등 과일의 경우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잦은 호우 등으로 생산량이 전년보다 30.3%, 26.8% 각각 줄었고 못난이 과일 생산이 늘었다.

과일나무 꽃이 평년보다 훨씬 앞섰다. 배꽃은 9일, 복숭아꽃은 12일, 사과꽃은 최대 11일이나 빨리 폈다. 꽃이 필 때 봄철 냉해가 닥쳐 결실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불규칙적으로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은 불을 보듯하다.

사과 재배지역도 조금씩 이동했다. 사과 주요 생산지였던 대구·경북지역의 사과 재배 면적은 30년 새 44%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강원도의 사과 재배 면적은 247% 늘어났다.

사과 재배농가 감소로 사과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사과가격이 올랐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다.

사과는 과일 재배 농가의 16.8%를 차지할 만큼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작목으로 가장 사랑받는 과일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2100년에는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컬러플 사과, 골든볼 사과 생산단지도 조성해 기후환경과 지역에 맞는 품종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2050년도엔 여름 평균 기온이 35도 이상인 도시가 970개에 이르고 라틴아메리가 커피재배 농장의 90%가 소멸된다. 폭염으로 25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50억명이 물부족 위기에 직면한다. 유엔이 내놓은 경고다.

기후변화는 산사태처럼 연쇄적으로 물밀 듯이 재앙을 밀고 온다. 점점 더 거세게 지구를 때리면서 인류에게 대응할 능력조차 앗아간다. 온실가스 배출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기후변화 역시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지구 곳곳에서 이제껏 목격했던 재난이 앞으로 겪을 재앙에 비하면 최상일지도 모른다.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이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비싼 사과가 양치기 소년으로 오인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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