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배상하라" 손배소 첫 판결
법원 "국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배상하라" 손배소 첫 판결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3.12.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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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권 훈령은 위헌…이에 따른 수용도 위법"
국가 측 소멸시효 주장 배척 "중대 인권침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한정석)는 21일 오후 2시 하모씨 등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하씨에게 11억원 상당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하고, 그 외 원고 25명에 대해서도 1억원에서 8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의 설립 근거가 된 박정희 정권 내무부 훈령과 관련해 "명확성과 과잉금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하기에 위헌·위법적인 훈령이라는 판단"이라며 "이에 따라 원고들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부분 역시 위법적 조치"라고 판시했다.



위자료 산정 근거와 관련해서는 "원고들이 강제수용되며 극심한 정신·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미성년자였던 상당수 원고들은 납치 후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학령기에 있던 원고들 대부분이 강제노역과 폭행에 시달리다 퇴소하면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 사건 불법행위는 공권력의 허락 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왜곡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할 필요성이 크다"며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그간의 경제상황, 화폐가치 변화 등을 감안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국가 측이 내세운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고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기에 피고 측 주장은 이유 없다"고도 명시했다.



이번 소송은 2022년 8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한 이후 나온 첫 법원 판결이다.



2021년 12월 소 제기 이후 2년만의 결과로, 소송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규모로는 최다 인원이 참여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부산 북구에 위치했던 형제복지원은 1975년 박정희 정권이 부랑인 단속 및 수용을 위해 제정한 내무부훈령 410조에 의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운영됐는데,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입소자는 총 3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수는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여명 늘어난 65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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