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을 다니며 중학생 딸과 아들,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지난겨울 아이들에게 스키를 가르치기 위해 매주 주말마다 분주하게 강원도를 오갔다. 스키를 처음 배우는 것이었기에 스키장에 도착했을 때 두 아이의 눈빛에선 스키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본인들이 먼저 배우겠다고 했던 것이 아니기에 첫 강습을 받은 날 저녁 내내 엄마인 나에게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집에서 3시간이 넘는 거리인 강원도까지 와서 스키를 가르쳐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알아주지도 않은 채 불평만 늘어놓는 아이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설득해서 이틀째 되는 날에도 스키 장비를 챙겨 리프트에 태워 올려 보냈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첫째 날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번 타다보니 아이들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법 자신감도 붙고 폼도 처음보단 자연스럽고 속도도 제법 즐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이후부터는 스키에 재미를 느껴 강습을 마치고 집에 온 뒤에도 스키장을 또 가자고 말했다. 첫날과 둘째 날의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 경험이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아이들이 스키를 배우는데도 경험의 유무에 따라 대상을 대하는 마음이나 태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세상을 살면서 사람이 겪게 되는 경험과 상호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 평생 살면서 겪는 일들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보니 막상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 닥치게 되면 당황스럽고 두려운 게 사실이다.
요즘 새내기 공무원들 중에는 어렵게 시험에 합격해서 공무원이 되었지만 몇 달도 채 버티지 못하고 사직을 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난 마음속으로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래서 새내기 공무원들 중 임용 후 업무가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느끼는 후배들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스키를 즐기게 된 과정 것처럼 하루하루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는지를 꼭 알려주고 싶다.
신규 공무원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공직자의 사명감으로 의욕과 기대에 부풀어 시작을 하게 되지만 막상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금만 더 견뎌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경험치를 쌓기 위해 이렇게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아간다면 충분히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해 주고 싶다.
나보다 오랜 세월을 지낸 선배 공무원들을 보면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느낀다. 그들은 나보다도 훨씬 많은 경험과 업무를 한 덕에 어느 곳 어느 자리에 가더라도 두렵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맡은 일에 늘 최선을 다하고자 지금도 항상 노력한다.
내 업무에 대해 경험을 하는 것이고 상황을 즐길 수 있다면 어느 곳에서든 분명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뭐든 처음은 두렵고 힘든 법이니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다 같이 오늘의 상황을 즐기며 힘을 내보자!
